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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권 문화/박천호 문화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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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권 문화/박천호 문화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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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하오 예술의 전당 서울 오페라극장 입구에서는 우리의 공연문화 수준의 일단을 한 눈에 보여주는 소동이 빚어졌다. 예술의 전당 전관 개관 기념공연 첫 무대로 마련된 창작오페라 「시집가는 날」에 사전 참석여부를 알리지 않은 초대관객이 일시에 몰려들면서 미처 입장하지 못한 관객과 이를 통제하려는 주최측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었다.『자리가 이미 꽉차서 들어 가실 수 없습니다』 『엄연히 초대를 받아서 왔는데 왜 못들어 갑니까』 거센 항의에 못이긴 주최측은 입장하지 못한 3백여명의 관객에게 극장로비에서 모니터를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일부 관객은 공연이 진행되는 가운데 기어이 극장안으로 들어가 뒷자리에 서서 보는 극성까지 부렸다.

예술의 전당측은 『서울 오페라극장의 수용인원(2천4백석)을 고려,관례에 따라 정원의 1.3배 정도인 3천여석의 초대권을 참석여부를 알려달라는 안내문과 함께 보냈으나 공연 하루전인 14일까지 10%만이 초청에 응했다』고 해명했다.

우리의 공연문화 풍토에 비춰 예술의 전당측의 해명은 일견 타당성이 없는 것도 아니나 동양에서 처음 세워지는 오페라 전용극장에 쏠려있는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눈여겨 보았다면 구태의연하게 초대권을 남발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당당하게 입장을 요구했던 관객들도 예의를 갖춘 손님은 아니었다.

공연시각은 약속이다. 외국의 경우 정해진 시각을 넘긴 관객은 입장이 불허된다. 출연자나 약속을 지킨 관객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공연시각을 넘겨 극장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그래도 점잖은 편이었다. 한장의 초대권을 갖고 2∼3명이 들어가려고 떼를 쓰거나 공연장에 입장할 수 없는 8세이하의 어린이를 데리고 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더구나 도중에 자리를 뜨는 관객의 모습도 눈에 띄어 공연전에 일어났던 입장소동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축제가 되어야 할 개관잔치는 예절을 저버린 일부 관객과 주최측의 안일한 자세로 씁쓸한 여운을 남긴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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