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실상 심층추적/물품구매·토지보상액 부풀려 책정/예산집행때 「뒷돈」 성행/수의계약 공사대금 조작 예사강원 속초시는 지난 90년 3월 근로자아파트를 짓기위해 관내 장사동 258 일대 땅 4천9백여평을 W주택으로부터 평당 44만원씩 21억여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이 부지 가운데 반이 넘는 2천8백여평은 녹지지역으로 평당 시가가 15만∼20만원선이었고 나머지 2천1백여평은 평당 3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부시장 등 7명의 시간부들은 이처럼 시가보다 거의 배가까이 비싸게 땅을 매입하는 대가로 지주로부터 5백만∼2천2백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구속됐다.
시예산을 성실히 집행해야할 공무원들이 「어물전 고양이」로 둔갑,시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이 사건은 공무원들이 저지르는 무수한 예산집행 부조리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예산집행상의 부조리는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다』는 말은 예산집행 부조리가 주로 공무원 사회내부서 이뤄지기 때문에 노출되는 일이 적지만 예산이 오가는 곳마다 부조리의 흔적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산집행은 기본적으로 행정기관의 정책사항인 만큼 집행권자에게 전적으로 재량이 주어진다. 따라서 그만큼 부정이 개입되기 쉽고 유혹도 많게 마련이다.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정책」으로 가리고 「재량사항」이라고 강변하면 된다는 위험한 사고에 젖기 쉽다.
필요없는 물품을 구입하면서 『필요했다』고 말하고 각종 시설물을 헐값에 임대해주고 『조례에 의한 적정가격』이라고 주장하는 일은 어느 기관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무딜대로 무디어진 공무원들의 직업윤리와 여기에 기생하는 행정기관 주변업자들이 결합,예산집행상의 각종 부조리를 양산하고 있다.
「정책과 재량」이라는 베일뒤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전통적인 결탁은 적정가격 이상으로 토지 등을 보상하거나 물품 등을 매입하는 것.
지난달 26일 여수에서는 3백만∼6백만원의 뇌물을 받고 전남 여주공단내 이주민들에게 토지보상을 높게해준 여주시 개발담당관 등 공무원 2명과 시의회 부의장,뇌물을 준 이주대책위원장 등이 경찰에 구속되고 감정평가사,여수수산대 교수 등이 입건됐다.
보상예산을 따먹기 위해 공무원·시의원·감정평가사 심지어 대학교수까지 가담한 이 사건은 꽃에 담긴 꿀을 빨아먹기 위해 온갖 물것들이 달려들어 빨대를 들이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예산편성이 행정기관의 뿌리라면 예산집행은 가지이다. 그래서 예산집행을 둘러싼 비리는 큰 가지에서는 크게,작은 가지에서는 작은대로 발생하고 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경북 청송군청 직원 3명은 지난해 8월 영천댐 도수로공사에 편입된 과수원주인 12명에게 사과나무 등의 숫자를 불려 1억여원의 보상금을 더 받게 해준 혐의로 현재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예산집행의 부조리는 공무원들의 고의뿐 아니라 무사안일이나 소극적인 행태에서도 발생한다. 일종의 부작위범인 것이다.
전북도는 지난 91년 2월 지방의회 개원에 따른 사무용 집기 9억5천여만원 상당을 구입하면서 1억여원 이상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북도를 비롯한 도내 각 시·군이 각각 별도로 전북 가구공업협동조합에 원가계산을 의뢰,이중 수수료를 지불한데다 다량 구매에 의한 가격할인,수송비 절감 등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관내 3개 취수장 준설공사를 위해 3천30㎡당 5백20만원의 예산을 책정,골재 채취업자와 수의계약을 하고 있다.
상수도본부는 준설시 채취되는 엄청난 양의 골재를 내다팔아 업자가 이중으로 수입을 올리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마다 이같은 일을 되풀이,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해당 공무원들이 이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취수장의 한 직원이 업자에게 『모래 채취로 수천만원이 생기니 예산으로 책정된 공사대금은 받지않는 것이 관례』라며 가짜 영수증을 요구,공사대금을 착복했다가 구속된 사건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상수도본부와 업자간의 검은 거래가 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각 시설물의 임대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조례가 뒷받침해주고 있어 더욱 좋은 「먹이감」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과천 서울대공원은 지난 84년 개원당시 공원내의 79개 매점과 필름판매대를 2개 업체에 수의계약,운영권을 넘겨준뒤 이들이 계속 독점운영토록 하다가 최근 시의회의 지적을 받았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매점을 불법 전대하고 물건값을 비싸게 받는 등 폭리를 취해 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시의회는 이 과정에서 업체의 강력한 로비가 있었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측은 조례에 의해 매년 계약을 갱신했다며 잘못이 없다고 강변했으나 올해부터는 공개 경쟁입찰로 운영자를 선정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같은 부조리외에 낙찰가 사전 유출,필요없는 용역의 발주,용역비 과다책정 등도 상습적 수법이다.
충북도내의 각 시·군이 발주하는 관급공사의 20∼40%가 충북도 종합감사에서 과다설계로 지적받았다.
이는 각 시·군이 일단 예상경비를 최대치로 책정,예산부풀리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지방의회가 국회와 함께 행정부 및 자치단체의 예산편성 및 집행과정을 감시하고 있으나 국민들의 기대에는 아직 못미치고 있으며 오히려 예산낭비를 부추기는 일마저 적지 않다.
그 단적인 예가 지방의원들의 집단외유와 출신지역구의 민원사항에 대한 무리한 예산배정 요구.
이는 또다른 형태의 부조리로 행정기관과 의회가 시민예산을 나눠먹기식으로 쓰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해 3억여원의 외유경비를 쓴 전남도 및 도내 각 지방의회는 올해 또다시 7억여원의 예산을 외유경비로 책정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말 예산심의 과정에서 건설위원회 소속의원들이 시의 중점사업인 도시고속도로 사업비를 대폭 삭감,자신들의 지역구 이면도로 건설사업비로 돌렸다가 언론의 질타를 받고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경기 성남시에서도 지난 1월초 의회 의장 등 일부 시의원과 지역유지들이 출자해 창간한 지역신문 「우리신문」의 연간 구독료로 무려 1억4천4백만원을 책정했다가 비난여론에 밀려 구독 한달만에 취소했다.<곽영승기자>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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