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취임식이 아흐레 앞으로 다가왔는데 새 문민정부의 핵심 요직인사는 드러난 것이 없다. 뜸을 들이는 것인지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오리무중을 헤매고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관심과 기대,그리고 추측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해온대로 「인사는 만사」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새 문민정부의 이른바 개혁의지가 인사에 어떻게 표출될 것인지를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왜곡·좌절 안된다
인사에 대해서는 한번도 내색을 한 일이 없지만,인사와 더불어 똑같이 궁금한 「개혁」에 대해서는 김영삼 차기 대통령 스스로 언급한 일이 있다. 지난 12일 체육청소년부와 동력자원부를 없애기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확정한 자리에서 두 부처의 폐지를 『개혁의 첫 출발점』 『개혁의 상징』이라고 다소 흥분한 듯이 표현한 것이다. 그날 민자당 당무회의가 두부처 폐지결정을 두고 이례적인 찬반토론을 벌였음은 알려진 대로이다.
체청부와 동자부의 폐지를 어렵사리 결정하고,그 정도의 결정을 「개혁의 상징」으로 삼겠다고 말한 것은 자못 상징적인 일이다. 「개혁이란 본래 쉽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시작부터 고백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마지막 커튼을 내리고 있는 6공정부만 하더라도 그들이 처음에 시도한 몇몇 경제정책들은 상당히 「개혁적」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하게 될 것이다. 시행과정에서 왜곡되고 좌절되었음이 중요할 뿐이다. 쉽게 예를 들더라도 금융실명제 추진,토지공개념,재벌에 대한 여러규제들이 「끝내 실패하고 만 개혁」들의 일부다. 한마디로 「개혁은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다. 『성공적인 혁명이 드문 것이듯이 성공적인 개혁은 더욱 드문 것』이라는 말은 「6공 개혁주의의 좌절」을 논한 소장 정치학자 이영조교수(고대)의 지적이다.
○불신·의혹의 시선
개혁은 본래 보수와 급진,어느 세력으로부터도 공격을 받은 숙명을 지닌다.
기존의 질서안에서 온갖 기득권을 누려온 세력의 처지에서 보면 개혁은 지나치게 급진적인 것이고,급격한 변화를 기대하는 세력의 처지에서 보면 개혁은 언제나 지나치게 미지근한 것이다. 체청부나 동자부의 폐지를 두고보더라도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못마땅한 쪽이 있는 것이고 「그 정도가 무슨 개혁이냐」고 못마땅한 쪽이 또 있는 것이다. 김 차기 대통령이 「겨우」 두부처의 폐지논의를 매듭지으면서 『첫 출발점』이네 『상징』이네 했던 까닭의 일단을 짐작할만한 것이다.
김 차기 대통령은 그 하루 전날에는 그동안 인수위가 공들여 마련해 보고한 부정방지위원회 설치법안을 다시 검토하도록 물리치면서 『사정기관들로부터 사정을 하는 것이 순서』라고 일갈했다. 「개혁」을 스스로는 입에 올리지 않았으나 이보다 더 강력한 개혁의 메시지는 찾기가 쉽지 않다. 많은 국민들이 머리를 끄덕이는 한편에서 「사정의 사정」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며 회의의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불신과 의혹의 시작이다.
「개혁」,특히 부정부패와의 대결에 있어서 김 차기 대통령이 추구하는 「강력한 대통령」은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그는 청산되지 않은 권위주의적 국가기구와 부패한 관행과 잘못된 인사유산을 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동의하는 공정한 선거를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직접 통치권을 부여받았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강력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6공만해도 그 취약한 정통성 때문에 집권자가 강력할래야 할 수가 없었던 것은 우리가 아는 바다. 그러나 「강력한 대통령」은 남미에서의 이른바 재민주화 과정에서 보듯이 자칫 「독재적 권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혹을 예비한다. 또한 그같은 「독재적 권력」이 심하게는 대통령 자신,또는 그 주변부의 권력형 부조리를 양산하고 있음은 남미의 경우에서 보고 듣는바와 같다.
개혁은 안팎으로부터의 공격을 이겨나가야만 하는 외로운 싸움이다. 개혁의 결과는 분명히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고,따라서 그들 많은 사람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사실은 미적지근한 지지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해야 하는 쓰라린 현실에 직면하게 한다. 그것이 개혁이 진실로 힘든 이유이다.
○인기없는 정책을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단기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에 집착한다면 역사에 남는 「강력한 대통령」이 되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새 대통령은 「인기없는 정책」을 「인기있는 정책」으로 만드는데 있어서 강력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훨씬 더 외로운 길을 걷는 대통령이 되어야 할는지 모른다. 「개혁이란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본사 주필>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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