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7백개 기업 민간 이양/합작후 주식분배방식 투표 결정/사유화증서 반값 폭락등 난제해결 “관심”러시아가 대형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제2단계 사유화계획에 본격 착수했다.
아나톨리 추바이스민 영화담당 부총리는 10일 『사유화증서(바우처)의 분배가 끝났으며 앞으로 6주안에 대형 국영기업 1백74개를 민영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바이스 부총리는 『이번 민영화계획이 완료되면 과거 권위주의 혹은 독재체제하의 통제경제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러시아 민영화작업은 폴란드와 다르다. 폴란드는 민영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1년에 걸쳐 12개 기업을 민영화하는 장기 사유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지난해 소규모 기업의 사유화를 단행한데 이어 사유화 증서배급을 통해 지난해말 일부 대형기업을 시범적으로 민영화했으며 이달부터 대대적인 민영화작업에 돌입함으로써 단기 승부전을 펼치고 있다.
대형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지난 8일 볼고그라드시에서는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으며 이날 하루만에 8개 기업이 경매됐고 앞으로 12개 기업이 또 경매될 예정이다.
이번에 경매된 대표적 기업은 드즈르진스키 트랙터공장. 이 공장은 지난 30년에 건설돼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구 소련이 독일군을 격파하는데 원동력이 됐던 탱크를 생산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공장은 현재 러시아에서 사용되는 트랙터의 45%를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2만6천4백17명의 종업원을 갖고 있는 이 공장의 민영화는 러시아의 사유화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공장의 많은 종업원들은 자신들이 공장을 소유하게 됐다는 사실을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으며 일부는 현재의 경영진이 다시 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볼고그라드시의 사유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 세계은행(IBRD)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사유화가 제대로 이행될지 걱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그렇다고 일부기업이 파산할 것을 고려해 사유화를 늦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추바이스 부총리도 러시아기업중 10∼15%가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기업서는 파산을 우려한 나머지 민영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나 예외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대형기업의 민영화 실적을 보면 지난해말 17개,1월 75개,2월 1백74개이며 4월말까지 7백개 중·대형 기업이 민영화된다.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몇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우선 국영기업을 합작기업으로 전환하는데 1단계,2단계는 종업원들이 ▲기업의 주식중 51%를 사거나 ▲주식중 25%를 무료로,15%를 할인가격으로 주식을 보유하거나 ▲재원조달을 위해 1년간 민영화를 유예하는 등 3가지 방안중 하나를 투표로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기업은 종업원이 소유하고 남은 주식을 사유화증서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넘겨 민영화를 끝낸다.
그러나 민영화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국민에게 배부된 사유화증서의 가치가 폭락하는 등 걸림돌도 적지 않다.
액면가가 1만루블인 사유화증서는 현재 반값도 안되는 4천루블에서 거래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정부는 당초 국영기업의 자산가치를 초물가폭등 이전에 책정했다. 이는 국영기업의 자산을 현 시세보다 월등히 낮게 평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다 사유화증서의 가치마저 큰폭으로 떨어져 국영기업이 실제로는 아주 헐값에 넘어갈 우려가 높다.
추바이스 부총리도 이점을 인정하고 일부 악덕브로커들의 농간으로 사유화 프로그램이 지체되거나 방해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미 사유화의 개념이 러시아인들에게 인식됐고 모스크바나 니즈니 노보그라드 등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주식을 사기위해 줄을 서는 등 긍정적인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볼고르라드 트랙터공장의 종업원들도 『우리가 이윤을 많이 내면 배당금도 많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결코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 70년간의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 러시아에서 이번에는 자본주의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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