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차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절약」과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지난해 연말에 국회를 통과,확정된 93년도 예산에 대해 재검토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차기 대통령은 15일 이석채 경제기획원 예산실장으로부터 93년도 예산편성과 집행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난뒤 『예산당국은 정부 스스로 낭비가 많다는 국민들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예산절약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하고 『정부는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과 낭비적 지출을 과감히 줄여 고통분담에 앞장서 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경제기획원은 올해 예산에서 얼마를 언제 어떻게 줄이느냐는 실무작업에 착수하게 되는데 구체적인 작업은 새 행정부 발족후 당정협의를 거쳐 진척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차기 대통령의 지시는 국민에 대해 「고통의 분담」과 「협력」을 요구하는 위정자의 입장에서 정부부터 솔선수범 시키기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부정척결을 위해 그가 누누이 주창해온 「윗물맑기운동」과도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
국민세금이 재원인 세출은 공공성과 효율성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세출 예산편성이 각 이익집단들의 영향력이나 정치적 거래나 타협에 크게 지배됨으로써 비경제적이거나 불공정한 요소가 적지 않은 것이다. 우리의 예산도 마찬가지다.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이익집단들의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불요불급한 경비가 계상되는 사례가 많다. 이 가운데는 관료조직이 물론 포함된다. 이번 예산의 재검토가 현행 정부조직,체제,기능을 그대로 존속시킨다는 전제아래 이루어진다면 소기의 효과를 별로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현재 예산 자체가 공무원의 급료,출장비,판공비 등을 엄격하게 계상하고 있어 크게 절감할 여지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예산은 절약만이 능사가 아니다. 능률을 떨어뜨리지 않는 절약이 중요하다. 이러한 절약 즉 예산의 경제적 절약을 극대화하려면 김 차기 대통령의 공약인 「작은 정부」의 추진과 연계시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정부」는 경제정책 등 국가운영에서 정부의 역할을 극소화하는 것이다. 정부기관과 조직의 간소화와 각종 규정·규칙의 통폐합과 철폐가 따르게 돼 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에도 이것이 적용돼야 한다. 또한 정부 출자기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추진작업이 방대하고 시간이 또한 많이 소요되겠지만 절약효과는 매우 크게 될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는 무리라면 소극적으로 우선순위의 조정을 과감히 단행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농어촌 부채탕감 등 소득 보상적 지출이나 국회의원들의 정치적인 지역선심사업부터 감축되거나 연기돼야 한다.
김 차기 대통령이나 집권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따를 것이다. 손대기 쉬운 일용 경상비,출장비,판공비 등의 감축으로는 단순히 전시효과에 끝나게 된다. 종합적인 검토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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