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지갑터는 현장 목격/1시간여 뒤밟아 112 신고대학생 김태현군(21·가명·S대 경영학과)은 물증이 없어 이틀간이나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필요한 진술을 하고도 짜증스럽거나 피곤해 하지 않았다.
소매치기 한번 잡은 일이 이렇게 귀찮고 성가신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할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군은 지난 13일 저녁 남들은 보복이 무서워 지나쳐버릴 소매치기 현장을 목격,끈질긴 추격과 빠른 신고로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김군이 소매치기 일당 3명과 맞닥뜨린 것은 13일 하오 6시40분.
여자친구와 함께 대학로에서 성균관대쪽으로 가던 길이었다.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 두명이 뒤에서 바짝 따라와 서로 발이 부딪쳤고 김군은 뒤를 돌아보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 순간 여자친구가 『어,이상해』하며 핸드백을 만지며 지갑이 없어졌다고 해 김군은 직감적으로 그들의 짓임을 알고 뒤쫓았다. 일당은 이준원(22·전과 4범) 임성철(28· 〃 7범) 마동권(26· 〃 6범) 등 3명.
김군은 이들이 30여m도 못가 또다시 한 여자의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는 것을 보고 가까운 제과점에 들러 112신고를 부탁한뒤 계속 뒤쫓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시간. 마침내 출동한 의경 2명과 연락이 닿았고 인상착의를 들은 의경들은 『싸움판이 벌어졌다』는 이유를 대며 그들을 검문하는데 성공했다. 그 사이 김군은 마로니에 초소로 달려가 지원을 요청,범인들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날 여자친구가 잃은 돈은 3만8천2백원. 그냥 잃은셈 칠 수도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김군은 용기를 발휘했고 그 덕분에 번거로운 조사까지 받았다. 넉넉한 형편이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해 번돈을 홀어머니에게 맡기고 1주일에 4만원씩 타서 쓰는 김군은 『망설이기도 했지만 범인들을 보고도 외면하는 것은 내가 평소 살려했던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이대현기자>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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