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근로대 지도권 권득룡경사/80년 9월부터 동고동락/착잡한 마음 동분서주난지도 자활근로대의 지도관으로 11년동안 「난지도 식구」를 돌보아온 서울 마포경찰서 방범과 권득룡경사(53)는 요즘 착잡한 심경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달말이면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완전히 문을 닫고 자신은 본연의 임무로 복귀하게 되지만 그동안 동고동락해온 3천여 난지도 주민들의 막연해진 생계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김포 쓰레기매립장의 흙매립권을 이곳 주민들에게 주어야 합니다. 오갈데 없게된 그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권 경사는 주민들의 자치 조직인 난지도 자활동우회(회장 오영민)가 지난해 11월 서울시에 난지도 대신 개발된 김포 쓰레기매립장의 흙매립권을 달라는 진정서를 냈으나 별다른 반응을 못얻자 자신의 일인양 애태우고 있다.
난지도 주민들은 각종 공사장에서 나오는 흙을 1트럭당 8천∼1만원씩 받고 인수해 쓰레기를 매립함으로써 그동안 생계를 꾸려왔었다. 김포 매립지의 흙매립권을 얻지 못하면 앞으로의 살길이 막막해진다.
『난지도 자활동우회는 어렵게 모은 10억여원을 털어 흙을 반입할 수 있는 땅 1천여평과 각종 쓰레기 분류장비 등도 마련했습니다. 흙매립권이 대기업이나 몇몇 개인에게 돌아간다면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난지도 주민들이 쓰레기더미에서 빈병 고철 등을 주으며 「막바지 인생」을 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78년께부터. 당시 난지도는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64년 경찰전문학교 초등교육반 47기로 경찰생활을 시작한 권 경사는 80년 9월 모두들 기피하는 자활근로대 지도관을 자원,중간 2년을 제외하고 줄곧 이곳 주민들과 생활해왔다.
그동안 예금유도·운전교육지도·위생개선·합동결혼식 추진 등을 통해 소외받는 이들이 자립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다.
권 경사는 『주민들이 흙매립권을 얻지못해 뿔뿔이 흩어져 다시 어두운 생활로 돌아간다면 11년간 쌓아온 보람이 무위로 돌아갈까 두렵습니다』고 덧붙였다.<김관명기자>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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