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시장 공산권 참여 견제 목적/계약통해 중개상 끌어들여 체포소련 등 동구공산권 붕괴후 독일에서 동구권 무기 및 방사능물질 암거래가 자주 적발돼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독일 슈피겔지 최근호는 미국이 비밀공작으로 무기거래를 유인한 사례를 적시하고 『세계 무기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구 공산권을 견제하려는 음모』란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복마전 같은 국제무기거래에 관한 논란을 주의깊게 음미할 필요가 있음을 새삼 일러준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미국의 무기거래상에게 AK47 자동소총 4만정과 RPG7 휴대용 대전차 로켓포 4천정을 팔려던 폴란드 군수산업체 대표단이 독일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햇다.
체포된 사람은 폴란드 최대 무기제조업체 루츠니크사의 부사장과 자문역으로 동행한 전 공산당정권 차관급 2명,전직 외교관,전 군참모차장 등이었다. 거래상대방은 버뮤다 소재 미국 무기회사 맥킨리사의 사장 및 부사장과 캘리포니아의 무기중개상 등 미국인 3명이었다.
양측은 폴란드에서 1천1백만달러 규모거래의 가계약을 맺은뒤 미국측 제안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정식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회사의 대전차 로켓포는 명중도가 낮아 잘 팔리지 않는 것인데도 미국측은 은행신용장까지 미리 준비,거래는 간단히 타결했다. 그러나 양측이 계약서에 서명을 끝내자 마자 독일 경찰이 호텔방으로 들이 닥쳤다.
미국측의 무기회사 대표들은 실제 뉴욕세관의 비밀수사관들이었다. 중개상은 동구권 무기거래 전문으로 91년부터 미국 당국이 유인공작에 내세운 인물이었다. 그리고 독일 경찰은 독일 경제부를 통해 미국측과 사전에 공조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미국 공작팀이 폴란드측을 프랑크푸르트로 유인한 이유는 독일의 무기거래 통제법이 유난히 엄격한 것을 이용한 것. 대부분의 다른 나라와 달리 독일 무기거래 통제법은 국외에 있는 전쟁무기를 대상으로한 거래계약까지 처벌한다.
체포된 폴란드인들중 구치소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킨 루츠니크사 부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미국측 요구로 미국으로 인도됐다. 미국이 신병인도를 요구하고 독일이 응한 법적근거는 슈피겔지 기사에 설명이 없다. 그러나 공작에 의한 미국 회사와의 무기거래 계약을 미국법상 범죄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슈피겔지는 미국세관 당국이 『무기거래협상 당시 이라크가 최종 수요자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폴란드측에 의하면 미국거래상 즉 비밀공작팀은 필리핀에 팔 무기라고 줄곧 말했으며 실제 필리핀 당국의 최종 수입자증명서도 제시했다.
이 때문에 폴란드측은 미국과 독일에 대해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폴란드측에서 볼때 합법적인 무기수출계약을 한 루츠니사 부사장 등을 독일로 유인,체포하고 미국법정으로 넘긴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슈피겔지에 의하면 냉전종식후 동서간 무기거래의 주무대처럼 알려진 독일에서 이같은 유인공작의 사례는 적지않다. 슈피겔지는 특히 미국의 공작에 독일정부도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측은 이를 『동구국가들이 무분별한 무기수출을 하는 것처럼 조작,서방무기시장에서 밀어내려는 음모』라고 비난한다.
폴란드측은 단적인 예로 최근 독일 TV가 『전 폴란드 문화부차관이 대량의 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팔겠다고 기자에게 제안했다』고 폭로한 것을 지적한다. 이 보도의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폴란드측은 『서방기자들까지 유인공작에 가담한다』고 비난한다.
슈피겔지도 지난해만도 1백여건의 「핵물질 암거래」 사건이 독일에서 적발,보도된 것과 관련해 『진상이 모호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흔히 러시아의 핵물질 유출사례로 인식되지만 실제 핵폭탄과는 무관한 캐숌 스트론튬 등 일반 방사능물질들이고,출저도 서방국가인 경우가 많다. 슈피겔지는 특히 최근 몇달간 발표된 방사능물질 밀수사건들이 모두 독일경찰 등 서방비빌 공작원들이 구매희망자로 가장해 유인한 사건들이라고 전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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