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는 유일한 오페라 전용극장이 15일 「예술의 전당」에서 화려한 개관 테이프를 끊는다. 이로써 예술의 전당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런 복합문화공간 건설을 마무리짓게 된다.84년 11월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뜬 이래 예술의 전당은 9년3개월만에 완성됐다. 여기에 든 공사비가 1천5백55억원으로 집계된다. 15일 개관되는 오페라극장을 비롯해서 음악당과 서예관·미술관·자료관 그리고 부대시설 등으로 구성되는 거대한 문화공간이 서울 강남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에 개관되는 「서울 오페라극장」은 2백35평의 주무대에 보조무대 3개,그리고 최첨단시설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이다. 지상 6층 지하 2층의 이 건물에는 또한 소규모 공연장으로 토월극장과 자유 소극장이 들어있다.
이제 우리는 미술관과 서예관을 포함한 세계 최고수준의 시설을 완성했다. 그중에서도 예술의 전당은 역시 공연예술의 종합무대를 중심으로 엮어진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엄청난 시설을 어떻게 그에 걸맞는 예술작품으로 채우고,국민의 문화공간으로 뿌리 내리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오페라극장 개관공연에는 세계무대에서 성가를 올리고 있는 우리의 젊은 성악가들이 대거 무대에 올라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성악가 뿐만 아니라 이미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바이얼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 등 내달말까지 이어질 개관 기념축제에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음악적 자원이 최대한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시설을 채우기에는 우리가 가진 자원은 한계가 있다. 결국 「최고」라는 간판을 해외공연단체의 초청공연으로 메워야될 형편이다.
이에 대비해서 예술의 전당은 기획공연의 활성화와 고정레퍼터리 체제의 운영 등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의 전당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상당한 경험의 축적,그리고 전문요원의 확보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예술의 전당은 지난 연말까지 음악당의 경우 대관공연이 자체 기획의 3.5배에서 7.4배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총예산 1백2억원중 70억원을 국고보조와 공익자금으로 채워야 될 입장이다(93년도).
결국 예술의 전당은 이제 뼈대를 세운대 지나지 않은 것이다. 이 세계 최고의 시설에 세계적 명성의 살과 피를 붙이려면 엄청난 창의력과 땀이 필요하다. 관료적 운영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예술계 전반의 지지기반이 필요하다. 또한 무엇보다도 수입예술의 소매상이 아니라 고유문화의 창조적 발전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얻는 복합문화공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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