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허술한 감독·관리로/합격만 하면 탈없이 근무대학입시만이 아니라 각 기업체의 입사시험에도 대리시험이 성행한다. 취직시험 부정은 전문브로커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입시부정과 달리 주로 친구 사이에 특별한 거래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부정불감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대졸 취업문이 좁은데다 기업체의 시험관리도 대학입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허술하기 때문에 입사 대리시험은 대졸 취업희망자들 사이에서 곧잘 행해지고 있다.
D그룹 사원 정모씨(31)는 지난 91년 입사공채 시험때 친구에게 필기시험을 대신 치르게 해 합격했다.
취업재수생이었던 정씨는 1차 서류전형때 아예 기자공채 시험공부를 하던 친구의 사진을 원서에 붙여 통과된뒤 2차 필기시험(영어·상식)을 대신 치르게 했다. 덕분에 자신없던 필기시험에 합격한 정씨는 3차 면접시험엔 친구처럼 안경을 쓰고나가 아무 탈없이 합격,어엿한 대기업의 사원이 되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K그룹에 지원했던 K대 출신 이모씨(28)는 필기시험일이 먼저 지원했던 광고회사의 면접시험 날짜와 겹치자 같은 학과 후배에게 부탁,대신 필기시험을 보게했다. 양쪽 다 합격한 이씨는 전망이 나아 보이는 광고회사를 선택했고 후배에게는 저녁 한끼를 잘 대접했다.
올해 S대 경제학과 졸업한 윤모씨(27)는 취업철만 되면 고교동창 선배들로부터 입사시험을 대신 치러달라는 부탁에 시달려야했다. 윤씨는 자신은 대리응시해준 일이 없지만 다른 친구들은 대학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때 대신 시험을 쳐주는 것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응해주었다고 귀띔한다.
기업체의 허술한 시험감독·관리도 부정불감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시험의 형태로 시험을 치른 기업들은 추후에 서류상 허위기재 여부를 검토하는데는 철저한 편이지만 수험표와 응시자를 대조,시험과정에서 부정을 가려내는 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H그룹 인사부의 한 간부는 『통상 시험장엔 과·부장급 등 감독관2∼3명이 들어가 부정행위를 감독하고 사진대조도 하지만 사진바꿔치기 등을 통한 대리시험을 가려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모든 것은 평생직장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양심에 달린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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