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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켈 당수/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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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켈 당수/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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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토드 게이츠켈­.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영국인들은 지금도 존경하며 기억하고 있는,1950년대 노동당을 이끌었던 지도자다.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런던대의 강단에 섰다가 2차대전이 종전되자 하원의원에 출마,당선된후 노동당 정부의 에너지장관·재무장관을 지냈고 노동당 정부가 5년만에 실각,야당이 되자 애틀리에 이어 당수가 됐다.

그는 당시 산업의 국유화와 핵폐기 등 교과서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고집하는,완고한 어나이린 베번 전 외상이 이끄는 당내 좌파에 대해 그같은 급진정책으로는 영국을 발전시킬 수도 없고 또 만년 야당신세를 면치못할 것이라며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좌파와 수년동안 치열한 정책논쟁을 벌였다. 결국 전면 국유화를 크게 완화하고 국민의 세부담을 낮추는 한편 「소련 등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편 영국은 핵을 폐기 않는다」는 등으로 정강정책을 대폭 수정하는데 성공했다.

게이츠켈은 「정책과 공약은 곧 실천」인 영국에서 만난을 무릅쓰고 노력끝에 노동당이 정책정당으로서 집권할 능력이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었으나 인기속에 집권을 눈앞에 두고 63년 병사했다. 그는 생전에 집권을 못했지만 그의 헌신적 노력으로 그해 총선서 후계자인 해럴드 월슨이 지도하는 노동당은 보수당을 눌러 금세기들어 세번째 집권하는 길을 열었다.

필자가 새삼 게이츠켈 당수의 얘기를 하려는 것은 그가 실각과 잇단 총선 패배속에서도 패인과 국민의 뜻을 냉정하게 분석한뒤 전면적인 정책수정을 포함한 당쇄신 노력으로 민의를 다시 잡아 집권의 발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땅의 제1야당인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아닌 기이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들이 기대했던 대통령선거에서 패배와 뒤이은 김대중 전 대표의 정계은퇴에 따른 충격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도 대선 패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겸허한 자성,즉 국민이 왜 민주당과 김 전 후보에게 등을 돌렸는가 하는 점에 관해 심각한 연구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인으로 지역감정 등과 함께 야당을 밀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동정 기대심리와 민자당과 국민당 후보간의 공방에 따른 안이한 어부지리 기대 등 이른바 「공짜심리」 「공짜정신」을 꼽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당의 정강정책과 선거공약만해도 그렇다.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실현성이 높고 타당성이 많았다고 자부했지만 국민이 거부내지 비판적 판정을 내린 만큼 이번 새 지도체제를 선출하는 경쟁도 이 문제에 대해 수정,대안내기에 초점이 모아졌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오로지 예나 이제나 후보들간의 연형합종에 의한 당권확보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후보들은 저마다 당의 대대적 개혁과 민주적 운영을 역설하면서도 전당대회 준비위가 여론을 감안,최고위원수를 6명으로 축소했음에도 8명으로 고집한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대표까지 합하면 최고위원이 9명이 된다. 아무리 집단지도체제라지만 나눠먹기 정신에만 충실한 것이다.

당의 최고결정기구인 당무위원회의 위원수가 60명인 것 역시 어이가 없다. 60명이 모여 어떻게 진지한 토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전당대회 대의원이 6천여명인데는 아연할 따름이다. 신민­민주 양당 합당 때의 세력안배 때문이라고 하나 대의원 6천명은 납득이 안간다. 구 소련과 중국 공산당을 제외하면 가장 대의원 수가 많다. 투개표를 컴퓨터로 처리하여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민주적인 대표성이나 대회의 능률면에서나 이치에 어긋난다. 대의원이 지구당서 자유경쟁으로 선출되지 않고 위원장의 입김으로 지명되는게 현실인데 한 지구당에 20명씩 배정한 것은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선거후 국민은 민주당이 패배의 상처를 씻고 준엄한 자기혁신과 자정노력으로 건전한 정책야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고대하고 있으나 이같은 식의 운영으로는 어림도 없다. 따라서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는 후보들은 한자리에 모여 최고위원과 당무위원 대의원수를 대폭 줄이는 절충을 벌여야 한다. 아울러 후보들은 국민과 당원앞에 당을 새롭게 이끌어 나갈 정책노선과 당 개혁안을 구체적으로 제시,심판을 받아야 한다. 전당대회는 한낱 민주당의 집안행사가 아닌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직도 벗지 못하는 「공짜정신­주먹구구 체질」을 탈피해야 한다. 잇단 총선패배후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개발에 전념했던 게이츠켈 당수의 자세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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