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가에 정치뇌물 “회오리”/사회당등 주요정당 모두 연루/크락시·법무 사임 연정위기에「633369. 최근 이탈리아 정계가 이 숫자때문에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스위스 티치노지방 한 은행의 비밀계좌번호를 나타내는 이 숫자가 언론에 들먹거려지면서 이탈리아 사상 최대의 정치뇌물파동이라 할 수 있는 「밀라노 스캔들」의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뇌물스캔들로 10일 이탈리아의 사회당 출신 클라우디오 마르텔리 법무장관이 물러난데 이어 11일 베티노 크락시 사회당 당수가 사임했다.
지난 76년이래 17년간 사회당을 이끌어온 배테랑 정치인 크락시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장남은 물론 오랜 전통의 이탈리아 사회당이 풍비박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이 사건으로 같은 사회당 출신인 줄리아노 아마토 총리의 지도력이 크게 약화,조기 총선의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신문과 방송들은 최근 연일 이 스캔들과 연루된 혐의로 체포되는 사회당 정치인들의 모습을 대서특필하면서 당간부진의 연루 가능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특히 언론은 스위스은행 비밀구좌를 통해 뇌물성정치자금이 사회당 수뇌부에 흘러 들어간 사실을 부각시겼다. 사회당 전체가 밀라노 스캔들에 관련돼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밀라노 스캔들이란 이탈리아 최대의 상공업 도시 밀라노를 무대로 한 정계와 업계간의 뇌물공여 사건이다.
지난 10여년간 양측에서 오고간 「구린 돈」의 액수가 무려 3천1백억원. 이와 연루된 혐의로 1백10명의 정치인과 기업인이 체포됐고 연인원 10만명이상이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사회당을 포함,모든 주요정당 관계자들이 수뢰한 총액규모가 3조리라(약 1조6천억원)에 달하며 이탈리아 극우 비밀결사단체인 「P2」도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설도있다.
밀라노 부패상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92년 2월. 밀라노시의 공공사업국장이던 마리오 기에자가 노인주택건설공사와 관련해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들통나 검찰에 체포된 사건이 발단이 됐다.
기에자 국장은 사회당의 정치거점인 밀라노의 사회당지부 간부이자 보보 크락시 밀라노시 사회당 본부서기의 절친한 친구로서 그동안 밀라노 정계에 「입김」을 행사해온 인물.
그런데 보보 크락시 본부서기가 크락시 전 당수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뇌물스캔들의 불똥이 크락시와 사회당전체로 튀었다.
사건을 수사중인 밀라노 검찰당국은 크락시 전 당수가 지난 85∼92년 사이 사회당에 2천5백만달러의 뇌물이 유입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사회당 지도부에까지 수사를 확대해왔다.
밀라노 검찰은 또한 사정기관의 총수격인 마르텔리 법무장관 자신도 조사대상에 들어있음을 통고했다. 마르텔리는 연루사실을 부인했지만 『본인은 물론 상전격인 사회당 고위직인사까지 관련된 사건을 공평하게 수사할 수 있겠는가』라는 여론에 밀려 끝내 사퇴하고 말았다.
한편 이같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사회당은 사태의 조기진화를 위해 1일밤 전 노조지도자 출신의 재무부 고위관리인 조르조 벤베누토(55)를 크락시의 후임으로 서둘러 결정했다.
특히 이번 파동으로 자신의 연립정부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마토 총리는 크락시 사임 발표후 발빠르게 엄격한 공무원관리의 제도정치화와 정치인 윤리규정 제정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벤베누토가 당수로 공식 선출되더라도 부패에 오염된 이탈리아 전체정국을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을 진화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김영걸기자>김영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