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후퇴”·“역공” 탐색전양상/내주재협상… 타협여지 남아옐친 대통령과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의장은 1일 크렘린에서 4월의 국민투표 실시를 둘러싼 정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담판을 벌였으나 뚜렷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일단 내주(16·18일)중 2차례 다시 회동키로 했다.
발레리 조르킨 헌법재판소 소장이 배석한 이번 회담에서는 당초 국민투표취소와 차기 대통령 및 의회선거일정 조정,1년간 정쟁유보 등 옐친 대통령의 제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의 대변인 비아체슬라브 코스티코프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 국민투표철회여부는 논의되지 않고 대신 하스불라토프 의장이 국민투표의 질문내용에 포함시킬 12개 사항을 제시했으며 옐친 대통령은 이를 결코 받아들일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코스티코프 대변인은 옐친 대통령이 국민투표실시준비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마지막으로 회담을 끝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탐색전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앞으로 2차례 회동이 더 있는만큼 타협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옐친이 4월의 국민투표를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옐친은 자신의 권력체제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띄워야 했지만 현실적으로 위험부담도 적지않다는 것이다.
우선 유권자들이 경제난으로 기권하거나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연방의 20개 자치공화국중 18개 공화국이 반대의사를 밝혔고 그렇지 않을 경우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루츠코이 부통령 등 시민동맹측도 국민투표가 국가분열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국민투표실시를 찬성하는 세력은 현재 「민주러시아」 뿐으로 옐친으로서는 모험을 시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않은 상황이다.
하스불라토프 의장은 옐친의 이같은 약점을 간파,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도 국민투표실시를 기장사실화하면서 질문내용을 추가하는 역공세를 취했다. 이는 옐친진영의 완전항복을 노린 전략의 일환인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최대쟁점은 인민대표대회의 해산문제이다. 옐친은 국민투표 철회를 조건으로 이를 폐지하거나 일정기간 기능을 박탈하자는 입장인것으로 알려졌다. 하스불라토프 등 보수파는 인민대표대회의 존속과 국민투표의 무조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인민대표대회 해산여부는 양진영에 엄청난 영향이 미치게 된다. 인민대표대회는 옐친의 개혁정책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등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반면 보수파들은 인민대표대회를 자신들의 권력 보루인 동시에 지방정부와 국영기업 등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구」로 이용해 왔다.
보수파대의원들은 국영기업과 지방정부 등과 결탁,이들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상당한 「정치자금」을 받는 등 연방정부의 개혁바람을 막아주는 보호자역할을 했다.
인민대표대회의 폐지는 따라서 보수파들로서는 자신들의 생명선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낳게 된다.
옐친과 하스불라토프가 2·3차 회담에서도 아무런 타협점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러시아 정국은 더욱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미 일부지방에서는 모스크바의 영향을 받아 옐친파와 의회파로 갈려 대결양상을 보이는 등 국가분열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옐친은 양보할수 있는 「카드」를 모두 제시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따라서 보수파의 대응방안에 따라 타협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보수파도 스스로가 처한 현실을 잘알고 있는만큼 이번 주말과 내주초 본격적으로 이뤄질 막후협상 및 자파간 의견조정을 거쳐 2·3차 회담에서 보다 전향적인 타협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간에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국민투표 직전까지 팽팽한 대결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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