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익격감 충격… 사장교체 경영혁신/소형차 개발등 금기깬 「신화지키기」「Made in Germany」(독일제)의 상징인 벤츠자동차가 한국 쌍용자동차와 사상 처음으로 해외조립생산 계약을 맺는 등 일대변신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성능과 품격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벤츠자동차와 특유의 별마크는 독일의 기술력과 독일의 자부심의 표상이다. 그리고 벤츠차 메이커인 전통의 메르체데스 벤츠사는 치열한 국제경쟁속에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독일의 탄탄한 경제력을 대표해왔다.
그러나 벤츠사는 최근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본제를 선두로 한 경영자들의 거센 도전으로 영광이 퇴색하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갑자기 생산량과 수익이 격감한 가운데,지난 연말에는 창업이래 유례없는 단축조업을 실시해 독일사회 전체에 충격을 던졌다.
생산량도 91년 58만대에서 52만대로 줄어 처음으로 「영원한 2등」 BMW에 뒤졌다. 이에따라 판매고도 처음으로 감소했고 특히 수익은 4분의 1로 줄었다. 그리고 신규채용 감소로 종업원수도 23만7천명에서 22만4천명으로 준 가운데 처음 단축조업을 실시했다. 불황이 계속되면 처음으로 해고감원을 해야할 사태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벤츠사는 올들어 전통과 금기를 허무는 대변신을 잇달아 단행하고 있다. 변신의 시초는 견습공으로 출발해 50년간 벤츠사에 봉직,「미스터 메르체데스」로 불려온 베르너 니퍼 사장의 조기퇴진이다. 니퍼 사장은 오는 5월 헬무트 베르너 화물차담당 사장에게 자리를 인계하고 감독위원회로 물러앉을 예정이었으나,1월초 경영권을 넘겼다.
콘티넨탈타이어 사장에서 벤츠그룹으로 옮겨왔던 「편승파」 베르너 사장(56)은 대권을 쥐는 즉시 파격적인 「신경영전략」을 시달,돌풍을 일으켰다. 이 신전략은 단순한 위기타개책이 아이나라,벤츠자동차의 면모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다.
첫째는 고급 리무진 승용차만을 생산해 온 전통을 깨고 소형 도시형 승용차와 가족용 미니밴을 생산한다는 것. 벤츠자동차는 80년대초 190시리즈 생산으로 중형차급에까지 모델폭을 넓혔으나 그후 S시리즈화에 따라 한층 대형화,고급화됐었다.
둘째는 독일내 생산 즉,「메이드 인 저머니」를 고수해온 원칙을 버리고 해외생산에 나선다는 것. 벤츠는 전세계 주요메이커중 유일하게 본거지생산을 고집했었다.
이 변신의 일환이 바로 쌍용과의 합작생산 계획. 벤츠사는 1월말 쌍용과 중급시리즈 조립생산 및 부품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95년부터 생산할 미니밴은 스페인의 비토리아에서 현재의 G시리즈 지프를 대체할 새로운 전륜구동지프는 미국에서 조립생산하기로 했다.
셋째로는 지금까지의 고가품정책을 수정,일본자동차와 가격경쟁에 나선다는 것이다. 벤츠자동차는 그동안 「동급자동차중 최고」를 목표로 차를 만든 다음 차값을 매기는 오만하기까지한 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차값을 미리 정하고 이에 맞는 차를 생산한다는 것. 베르너 사장은 『그동안 지나친 고급차를 개발,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면서 당장 다음 모델변경때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밖에도 벤츠사는 과거 8∼9년씩 유지하던 모델도 4년정도만에 바꾸기로 했다. 신모델 개발기간도 현재의 50개월에서 대폭 단축,일본의 잦은 모델변경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같은 대변신계획은 벤츠사 내부에도 『벤츠에 문화혁명이 닥쳤다』는 충격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베르너 사장은 생산비 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숙명의 라이벌인 BMW와의 부품 공동생산까지 추진하는 등 「벤츠신화」 유지를 위한 어떤 터부도 무시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