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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시대와 해직교사 문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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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시대와 해직교사 문제(사설)

입력
199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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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을 앞둔 새로운 문민정치시대는 개혁과 안정 그리고 화합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으로 안정과의 균형을 저울질하면서 개혁논의는 매우 광범위하고 심도있게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각계의 원로급 인사 19명은 화합의 두가지 당면과제를 김영삼 차기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이 자리에서 시국사범 대사면의 원칙이 재확인 되었다.원로들의 두가지 건의는 「이른바 양심수에 대한 과감한 사면조치와 해직교사들을 역시 과감하게 복직시켜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국민대화합을 실현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영삼 차기 대통령은 가능한한 폭넓은 대사면의 뜻을 밝혔고 해직교사 문제엔 뚜렷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선거이후 시국사범의 사면 윤곽은 어느정도 드러났다. 사면의 범위가 매우 넓으리라는 추측도 나돌았고,반면에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법질서의 권위와 존엄과 상충하는 현실적 고민을 어떻게 조화있게 처리하느냐는 쟁점이 부각되기도 하였다. 원로들의 건의중 일반 범법자는 대담하게 사면하겠다는 원칙은 확고하게 밝혀진 셈이다.

앞으로 문민정부의 정치결단이 실정법과 현실의 벽을 얼마나 뛰어 넘을지에 따라 화합의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묵은 군사문화와 권위주의시대의 산물인 극한적 정치대립의 찌꺼기와 앙금이 이 기회에 말끔하게 청산되기를 강력히 요구하며 또 기대하고자 한다. 과거의 유산이 걸림돌이 되는 한 신한국의 전진은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해직교사의 복직은 사면못찮게 복잡하고 예민한 과제의 하나이다. 원로들의 건의에도 「복직문제는 간단치 않으며 여러가지 문제가 뒤따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접근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복직건의에는 김 차기 대통령으로부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는 사실로 사안의 심각함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해직교사 복직은 정치적 판단만으로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엔 그 파문과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정부와 전교조는 명분과 힘겨루기의 대결로 대화조차 막힌 상태였다. 뿐 아니다. 다른 교직단체와의 관계,복수노조의 인정여부,교육현장의 갈등,노조운동과 위상의 변화 등 어려운 과제들이 얽히고 설켜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해결의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복직만을 따로 생각하면 결단이 가능한듯 하나 이렇게 복잡한 이면 사정이 해소되지 않으면 결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원로들의 건의가 이 어려운 문제의 해법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 서로 체면과 자기 주장에 집착하지 않고 아량과 양보의 터전을 닦아가면 타협의 여지가 없을 까닭이 없다. 명분 지상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어제 한국교육연구소 주최로 열린 교육개혁공청회에서 제시된대로 「각서」를 쓰고 복직하는 방안도 냉철한 이성으로 검토해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이젠 정부나 해직교사나 전투적인 사고는 지양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지고 이기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대화합이다. 대화의 통로를 여는 적극적인 중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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