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속” 다짐속 탈당 도미노 우려/일부의원들 당보다 「거취」 신경국민당은 11일 정주영대표가 정계은퇴 선언을 한데 이어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취하자 극심한 혼란속에 와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탈당계를 제출하는 한편 측근인 정장현 사무부총장 등을 통해 자신의 당사 집무실을 폐쇄토록 함으로써 국민당과의 본격적인 「결별수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민당은 정 대표의 재정지원에 대해 『혹시나』하고 품었던 일말의 기대마저 포기한채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국민당은 이날 상오와 국회 본회의후 하오에 두차례 의원총회를 갖고 당의 진로에 대해 집중 논의했으나 『결속을 다져야 한다』는 원칙론적 결론외에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부분 국민당 의원들은 일순간에 닥쳐올 수도 있는 「탈당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는 가운데 당의 진로보다는 자신의 거취에 신경을 쓰며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대표에 의해 창당된 국민당은 정 대표의 퇴장과 함께 「공중분해」의 위기에 처한 셈이다.
○…국민당은 이날 상오 의원총회에 앞서 최고위원·당직자 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하려 했으나 회의 초반 정 대표의 집무실 폐쇄지시를 둘러싸고 당직자들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내부 분열상만 노출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장현 사무부총장이 『대표 집무실이 있는 14층을 오늘부터 폐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하자 한영수 최고위원·김정남 원내총무가 크게 반발했고 이어 윤영탁 정책위 의장이 책상을 치며 『총장이 그것도 모르고 있었느냐』고 김효영 사무총장을 힐난하면서부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내가 무슨 동네북이냐』 『버릇없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맞고함을 친뒤 회의장을 떠났는데 실제 김 총장은 대표집무 실폐소식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국민당사 소유주인 현대건설측은 국민당측에 『당사를 모두 비워달라』고 요청했으나 정 부총장 등의 만류로 새 당사를 구할 때까지 일단 대표집무실만 폐쇄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대표는 자신의 집무실을 계동 현대사옥 12층의 구 명예회장실자리로 옮기고 비서진도 함께 철수토록 지시했다.
○…최고위원·당직자 회의에 이어 곧바로 열린 의원총회에는 소속의원 31명중 정 대표를 비롯,정몽준의원,당무거부중인 김동길의원,외유중인 정주일의원 등 8명이 불참했다. 이중 김두섭 박제상 원광호의원 등은 뚜렷한 이유없이 참석지 않아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회의에서 손승덕의원은 『여기 빠진 사람들은 가슴속에 딴 생각을 하는 것 아니냐』면서 『탈당할 사람들은 구별해놓고 애기하자』고 흥분했다.
김정남 원내총무는 『탈당한 사람들은 언제라도 자의 또는 타의로 떠날 수 밖에 없는 분들』이라며 『한국정치의 모순이 지금 국민당에 집중돼 열병을 앓는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좀처럼 회의에서 발언을 하지 않는 이건영의원도 『당을 떠나는 분들은 선착순으로 오지 않으면(다른 당에서) 안받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쫓겨가는 모습으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탈당의원들을 간접 비난했다.
탈당의원들에 대한 이같은 비난은 당이 어렵게 됐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태도를 바꾸는 「철새파」에 대한 성토이기도 하지만 이는 또한 탈당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경우 당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위기의식이 반영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관련,김 사무총장은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의원들의 탈당이 도미노현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라며 『한번 둑이 무너지면 교섭단체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이날 의총에선 당의 결속이 다른 어떤 주제보다 강조됐다.
양순직 최고위원은 『정 대표 없는 국민당이 야당으로 존재할 것인가에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면서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하고 결속을 다져나가자』고 당부했다.
한영수 최고위원은 『지금은 오히려 공당으로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기회』라며 『권투에서도 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선수가 재기해 싸우면 더 많은 박수를 받는 것 아니냐』며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박철언 최고위원도 『지금이 최대의 위기이지만 똘똘 뭉쳐서 제2창당의 계기로 삼자』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재기의욕을 보이기도 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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