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브라질/뇌물스캔들… 콜로르 대통령 사임계기(세계의 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브라질/뇌물스캔들… 콜로르 대통령 사임계기(세계의 창)

입력
1993.02.12 00:00
0 0

◎부패추방 범국민운동/신정부,각료임명 “청렴 최우선”/고질 공직자비리 캐기 언론도 적극적지난달 하순 특파원으로 부임하기 위해 브라질에 입국하면서 기자는 과룰료스 국제공항의 세관에 취재용 카메라,개인용 컴퓨터,팩시밀리 등을 영치당했다.

세계 어느나라치고 기자의 취재장비를 영치시키는 법이 없다고 강력히 항의했으나 담당여직원은 기계류 통관절차를 정식으로 밟을 것만을 요구했다.

기자는 얼핏 일정기간의 영치와 복잡한 서류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취재장비를 갖고 나갈 방법은 없을까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담당직원의 서슬퍼런 태도와 다른 세관검색대의 딱딱한 분위기를 봐서 더 큰 곤욕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젓고 말았다. 일단 정식절차를 밟기로 하고 세관검색대를 둘러본 순간,직원들이 모두 여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공항세관 주변에 해외물품의 밀반입 등을 둘러싼 부정행위가 만연하는 것을 막기위해 연방경찰 혹은 세관내 타부서 여직원 등을 한꺼번에 교대 근무시키는 예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공직자 부패상과 이타마르행정부의 부패척결 의지를 함께 읽을 수 있었던 간접체험이었다.

브라질의 공직자 부패는 연원이 오래됐을뿐만 아니라 광범위하다.

흔히 브라질의 부패구조는 지난 64년부터 20년간 지속돼온 군정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3년 대통령에 취임했던 자니오 콰드로는 취임 제일성으로 부패척결을 외치며 빗자루를 모든 행정의 기본 상징물로 삼았다.

대통령 집무실에까지 빗자루 포스터를 걸어놓고 부패일소를 다짐했으나 역부족임을 자인,8개월만에 스스로 하야했다.

이후에 들어선 군정기간에는 공직자 부패가 더욱 극심해졌다.

이는 대통령직이 전임자의 지명에 의해 결정되므로 후임자가 전대의 실정이나 부패상을 조사 혹은 시정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패척결을 구호로 내세우며 권좌에 올랐으나 자신도 정부공사 수주와 관련,6백만달러를 챙겼다는 추문으로 하야한 콜로르 대통령때부터 브라질 공직사회에는 사정의 칼날이 가해졌다.

장관급 공직자들의 공관과 공용차량의 과감한 공매처분,무능력하고 부패한 공무원의 추방 등 대숙청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비록 금품관련 추문으로 의회의 탄핵을 받고 지난 연말 물러나긴 했으나 콜로르가 시동을 건 브라질정부의 부패척결 의지는 이타마르 프랑코 현 대통령에게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계속돼온 경제난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는데도 브라질 국민들이 이타마르 대통령을 지지하고 큰 기대를 걸고있는 것은 이타마르가 청렴한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타마르는 브라질의 차종 가운데 가장 저렴한 「푸스카」(브라질 현지 폴크스바겐사가 만드는 풍뎅이차)가 생산이 재개돼 값이 떨어지면 구입한다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을만큼 때묻지않은 정치인이다.

또한 그가 임명하는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은 모두 청렴도에서 이미 정평이 난 인물이란 사실에서 이타마르의 단호한 부패추방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제는 매스컴들도 부패일소 등 사회정화에 적극 참여하면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군정시절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신문들이 발벗고 나선 것은 콜로르 대통령의 하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폴랴 지 상파울루 등 일간지와 주간시사지인 베자 등은 콜로르의 축출에 이어 상 파울루주 지사가 바스피(VASP)항공 민영화에 불법개입했는지 여부를 파헤치는 등 사회개혁에 앞정서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있다. 브라질은 「청정한 남미대국」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