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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의 전쟁 제2부:13(중기 목죄는 부조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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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의 전쟁 제2부:13(중기 목죄는 부조리:2)

입력
199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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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실상 심층추적/인·허가 「협정요금」 필수/대출땐 담보제공하며 「꺾기」·커미션 관행/창업절차 44개… 「급행료」줘야 통과「부정부패의 먹이사슬」에서 신설 중소기업은 「햇병아리」나 마찬가지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중소기업인들이 가장 먼저 연구해야 할 사항은 관계 공무원과 은행원들에게 뒷돈 주는 방법이다. 업계의 신인인 그들은 뒷돈관행을 잘 몰라 참기 어려운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특히 공장설립이 필요한 중소제조업체는 「만인의 밥」이다. 정상가동하기까지 거쳐야할 절차는 많고 절차를 주관하고 있는 기관은 「절대강자」인데 비해 창업기업은 햇병아리이기 때문이다. 창업시에 드는 뒷돈은 아예 「협정요금」이 되어 버렸다. 이 협정요금도 물가에 연동되어 최근 1∼2년 사이에 20∼30%나 올랐다.

지난해 경기도에 시멘트 가공업체 L사를 세운 박모씨(48)는 『갈수록 더 썩어간다』며 창업담을 들려준다.

『리스(시설대여)로 기계까지 도입해 놓았는데 준공검사가 안 떨어져요. 그래서 몇번씩이나 군청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좀더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할뿐 소식이 없어요. 담당 공무원의 동료라는 분이 보기에 답답했는지 「힘좀 쓰라」고 충고를 하더라구요. 사실 그동안 나름대로는 돈을 쓸만큼 썼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말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이 좀더 썼죠』

박 사장이 『쓸만큼 썼다』는 뜻은 건축공사비를 제외한 일반공사비의 10% 수준.

『창업을 준비할 당시인 91년도만해도 이 정도의 비용이면 건설관계법과 소방법 등 각종 법규를 「원만하게」 통과할 수 있는 「협정요금」이었어요. 그러나 1년여 사이에 「협정요금」이 20∼30% 오르면서 서로 오해가 생긴거죠』

인허가·자금·판로,이는 신설 제조업체의 3대 생존조건이다. 이중 하나라도 완비되어 있지 않을 경우 살아남기 힘들다. 자칫했다간 돈날리고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공장을 신축 또는 증축하려는 기존의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임대공장의 경우 사정이 다소 낫기는 해도 나름대로 어려움이 많다.

인허가는 주무관청이,자금은 은행이,판로는 거래처가 쥐고 있다. 하나같이 상전이며 뒷돈거래가 필수적이라는게 중소기업인들의 이야기다.

적정수준의 뒷돈은 이제 상식으로 통하지만 지역따라,담당자의 성향이나 기관의 특성에 따라 액수가 들쭉날쭉하는 경우도 많다.

「저울질」 또는 「낚시질」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간을 적당히 끌면서 상호간의 특성을 파악,뒷돈 규모를 계산하는 기술이다. 「저울질」이 중소기업가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라면 「낚시질」은 은행이나 대기업이 자주 구사한다.

중소화학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최모사장(37)은 『창업한지 3년쯤되니까 이제 한눈에도 「저울질」이 돼요. 말투나 외모를 보면 알죠. 실무담당이 악질이다 싶으면 빨리 「쇼부」(담판을 짓는다는 일본어)를 내야 돼요. 그리고 신출내기같으면 뜸을 들이죠. 가령 돈이 급해도 급하지 않는 척 「내숭」을 떨어요』라고 털어놓았다.

또 『뒷돈 액수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낚시질」은 「달라지는데는 많은데 대출할만한 돈은 적고…」 「다른 회사제품이 더 나은 것 같은데…」 등으로 운을 떼면서 경쟁심을 부추기는 거죠』

창업절차도 너무 복잡하다. 공장설립에 따른 인허가는 많이 간소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44개나 된다. 절차마다 「급행료」가 들어간다.

창업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한 창업 상담회사 모사장(53)은 『절차가 마치 거미줄 같이 복잡하다. 아무리 조그만 회사의 서류라도 007가방 한개에 다 못넣을 지경이다. 시 군 구 등에 설치되어 있는 창업 민원실 담당자들조차도 절차를 다 모를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회사 창업에 필요한 서류목록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고 본다』고 주장한다.

시화공단에 공장을 마련중인 S사의 김모사장(36)은 『대만처럼 창업이나 공장마련 절차가 간소화됐으면 좋겠다』며 『액수는 정확이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동안 구두티켓에서 40만∼50만원짜리까지 봉투 30개 정도는 돌린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중소기업들이 꼽는 까다로운 창업절차는 건축허가와 준공검사. 구체적으로 건축법은 물론 소방·위험물·고압가스·페수·정수·전력 관련 법규 등에 의해 약점을 잡히곤 한다.

이같이 까다로운 절치 때문에 창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는데 수도권의 가방제조업체인 P사의 경우 충북 농공지구에 공장을 이전하기 위해 4개월동안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 다녀도」 잘 안되자 최근 멕시코행을 결심하기도 했다.

인허가를 다 통과했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은행과 거래처를 뚫어야 한다. 공장을 마련해도 자금과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회사는 난관에 봉착,파산하기 십상이다.

특히 신설기업에는 두 과제의 해결이 더욱 절실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에도 역시 「줄」과 「뒷돈」이 필요하다.

『담보를 제공하면서도 꺾기(대출금 일부를 강제예금시키는 것)를 담당하고 커미션까지 주었다』는 K사의 양모사장은 『우리같은 유망업체가 정책자금을 왜 탈 수 없는지 모르겠다』고 금융관행을 비판했다. K사가 전달한 커미션은 대출금의 2%,즉 1억원을 빌리면서 2백만원을 뒷돈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금리가 낮은 정책자금의 경우 「케이스 바이 케이스」 방식으로 뒷돈을 주고 받는데 대출금의 1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첫 거래를 트는데도 상당한 액수의 뒷돈이 들어간다. 기계부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T사의 정모사장은 『월 1천만원짜리의 납품규모일 경우 최소한 5백만원,그 이하 규모는 2백만원 수준』이라며 『그러나 업계의 경쟁이 심하고 납품받을 업체의 지명도가 높아 납품이후 제품명성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뒷돈 액수가 훨씬 커진다』고 설명했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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