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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술도 않고 덮으려는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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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술도 않고 덮으려는가(사설)

입력
199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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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의 총체적 입시부정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번져가고 있다. 그런데 사건의 끝모르는 비화에 못지않게 안타까운 것은 문제의 근원적 수습과 처방을 책임진 당국의 자세이다. 나라의 장래가 걸린 교육의 오랜 곪집이 터져나오고 있는 마당인데 교육부가 임시방편의 엄포만으로는 모자란다는듯 「기여입학제」라는 엉뚱한 제안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기색이더니 이번에는 수사당국마저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아닌가.지금껏 경찰이야말로 이번 사건의 적발과 수사에서 괄목할 성과를 올렸다. 단기간에 10개 대학 입시부정에 연루된 1백60명중 60명을 구속하고 10명을 입건,나머지를 수배했을 정도면 「경찰청 발족이래의 최대성과」라는 자화자찬이 나올만도 하다. 이같은 엄청난 중간 수사결과는 사학부정이 당초의 1개 대리시험 조직에 의한 특정대학만의 사건이 아니라 전국의 사학이 연루될 수도 있는 구조적·고질적 부정임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이같은 수사내용은 사학부정이 더이상 방치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이번에야말로 끝까지 파헤쳐 그 숨김없는 실상의 노출을 거쳐서야만 진정한 교육개혁도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마저 촉발시키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 와서 더이상 다른 사립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거나 수배자만 검거처리하고 사건을 조속 마무리짓겠다니,그런 무책임과 자가당착이 어디 있는가 묻고 싶다.

물론 그런 방침이 수사당국만의 뜻은 아닐게 충분히 짐작된다. 더 이상 수사를 계속하다간 교육계의 뿌리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거나,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2주 남은 대통령취임식 분위기에 옥의 티가 될 것 같다거나 하는 수사 책임자들의 언동과 교육부의 수사신중 요청소식이 그런 짐작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과거처럼 「대형부정사건=조기종결」의 절망적 행태가 거리낌없이 재연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껏 곪집을 수술하지도 않고 서둘러 덮어버려온게 누적되면서 오늘의 총체적 부정사태가 빚어졌는데도 당국은 또 덮고 보자는 것인가. 나라와 국민을 책임진 당국의 이런 자세야말로 입시부정사건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구체적으로 따져봐도 그런 자세는 부정의 근원적 해결뿐 아니라 법집행의 공평성에도 여러 문제를 야기시킨다. 처음엔 유례없이 학부모들마저 앞뒤 생각없이 마구 구속하다가 돌연 수사확대를 중단해버린다면,「재수없이」 적발된 학부모만 억울하다는 엉뚱한 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아울러 국민적 불신도 더욱 농도가 짙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마당에서 당국에 새삼 묻고 싶은 것은 이번 사학의 총체적 부정을 거울삼아 교육개혁을 제대로 실행할 각오와 자세가 갖춰져 있는가라는 사실이다.

그런 의지가 만일 있다면 교육계의 뿌리가 얼마간 흔들리건 말건 수사를 계속해서 부정의 실상을 숨김없이 밝혀내는게 마땅하다. 그래야만 발전과 개혁이 가능하고,곧 출범할 문민정부시대의 시대정신도 이끌 수 있게 된다. 당국의 분발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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