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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독주 끝나는가/보수파 공세에 위기… 국민투표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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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독주 끝나는가/보수파 공세에 위기… 국민투표 철회

입력
199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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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멸 모면… 후퇴후 새 전략 검토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독주체제는 끝내 막을 내리는가.

옐친 대통령이 9일 최고회의 산하 헌법위원회에 참석,4월의 국민투표계획 철회와 대통령선거의 조기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타협안을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러시아 정국이 첨예한 보혁갈등의 소용돌이속에 빠져있는 시점에서 나온 옐친의 제안은 일단 두가지 측면에서 보수진영에 대한 상당한 양보로 해석된다.

우선 국민투표계획의 철회. 4월11일로 예정된 국민투표는 지난해말 옐친이 계속해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위해 정국을 파국으로 몰아가던 극한 투쟁끝에 얻어낸 마지막 승부수였다. 국민투표에서 러시아의 권력구조를 소위 대통령중심제로 할 것인가,의회내각제로 할 것인가를 물어 합헌적으로 강력한 대통령권한을 행사하려는게 그의 의도였다. 그는 이 국민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자신의 개혁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있는 보수성향의 의회를 개편,완벽한 1인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옐친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경제침체로 떨어졌다곤 하지만 공산잔재 세력이 있는 의회보다는 아직도 현저히 높다. 최근 노보에 브레미야(신시대)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절반정도가 현 권력기관을 믿을 수 없다고 답변했지만 대통령에 대한 지지(26%)가 의회(6%) 보다는 월등히 높았다.

따라서 옐친이 국민투표를 통한 정계개편 구상을 포기하는 것은 그토록 집착해온 강력한 대통령제에 대한 마지노선을 허무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선거의 조기 실시이다. 조기선거는 보수진영이 옐친의 국민투표 구상을 무너뜨리기 위해 내놓은 전략의 하나이다. 최고회의는 지난달 29일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 등 보수지도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국민투표 설문에 대통령 및 의회선거의 조기 선거여부를 묻기로 최종 결정했다. 국민투표에서 대통령제가 채택될 경우 96년 6월인 옐친의 대통령 임기만료전에 선거를 실시,옐친에게 또한번 도전한다는 의도이다.

특히 의회는 옐친의 인도방문중 이러한 결정을 내려 옐친으로선 부재기간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옐친이 타협안을 내놓은 것은 국민투표를 둘러싼 보혁갈등이 심화,자칫 국민투표가 실시되기도 전에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 하스불라토프와의 설전만하더라도 러시아가 국민투표를 앞두고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여실이 보여주었다.

특히 옐친은 그의 측근들간에도 국민투표 반대의견이 속출,집안단속이 시급할 정도로 위기에 몰려있다.

그의 비서실장인 유리 페트로프가 최근 세르게이 필라토프로 바뀐 것도 국민투표에 관한 페트로프의 반대견해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국가안보회의의 스코코프 사무국장이 국민투표 실시에 반대,사퇴할 것이라는 설이 정가에 나돌고 있다.

옐친은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투료를 실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

그러나 옐친은 국민투표 철회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옐친은 이번 제안에서 대통령 및 의회선거의 차등 실시안을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선거보다 1년 앞서 실시되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의회를 움직여 대통령선거를 연기하거나 또다른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옐친은 또 지난해 의회 지도자와 만난 자리에서 다음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권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는 의도로 분석됐지만 사실은 현행 헌법에 따르면 옐친은 96년에 실시될 대통령선거에는 나갈 수가 없다. 나이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입후보자의 연령을 65세로 제한하고 있는데 옐친은 자신의 제안대로 95년에 대통령선거를 실시할 경우 64세로 턱걸이 출마가 가능한 것이다.

보수진영은 이러한 옐친의 의중을 간파하고 대통령 및 의회의 동시선거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옐친이 보수진영을 어떻게 설득해 입지를 확보하고 정국을 자신의 의도로 끌어갈지가 주목된다.<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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