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운영… 곳곳에 비리소지/비판세력 인사보복 일반화/대부분 재정상태 공개않고 베일속에광운대 입시부정 사건은 대학법인과 총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가 한통속이 되어 조직적으로 「검은 돈」을 끌어모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일부 사립대학 법인들이 얼마나 「속빈강정」으로 학교를 꾸려나갔으며 각종 비리와 부패의 정도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훨씬 능가하는 교육재정의 뒤틀린 구조속에서 사학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사립대학들은 법인으로부터의 전입금이 많아야 10% 내외로 전체수익금의 70% 이상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우리나라 최초로 신문지상에 학교 결산공고를 게재한 H대의 수입내역을 보면 사립대의 재정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비교적 대학을 건실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대학의 당기(91년 3월1일∼92년 2월29일) 자금 수입합계는 총 3백63억8천1백66만원.
이중 납입금의 비율이 60.82%나 된다.
장기 차입금 교육차관 등 빚이 20.2%이며 순수한 법인 전입금은 5%에 불과했다. 이 대학의 재정구조는 건전하다고 볼 수 없지만 재정상태를 떳떳하게 공개,대학과 법인의 내부비리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대다수 사립대들은 그러나 대학재정에 관한한 비공개원칙을 고수하며 흑막을 치고 있어 각종 비리와 부정의 온상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국고보조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교육 당국의 묵인속에 저질러지는 사립대 법인의 비리는 다양하다.
사립대 법인의 비리는 족벌체제 구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단 이시장은 자신의 추종세력을 대학의 주요 보직에 박아두어 내부 비판세력이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못하도록 한다.
대통령령인 학교법인의 학교경영 재산기준령에는 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생긴 수익금중 80%를 학교운영비에 충당토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일부 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의 가치를 시가보다 낮게 책정하는 수법으로 법인 전입금을 빼돌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대의 경우 90년 3월3일 기준으로 보유재산이 시가 2백91억4천여만원이나 돼 은행이자만 해도 연간 29억원의 수익이 보장된다.
이중 80%인 23억3천여만원이 전입금으로 충당돼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법인재산을 턱없이 낮게 책정,8억만원을 대학에 내놓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규정된 「재단이 학교의 교육용 및 수익용 토지를 매각해서 생기는 차익을 학교운영비로 쓸 경우 법인세 특별부가세 등을 면세한다」는 조항도 악용되고 있다.
H대 재단의 수익성 재산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전입금은 올해의 경우 70억 수준이다. 이 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 이처럼 전입금 비율이 높은 편이나 학생회측은 재단이 수익금중 상당액을 빼돌려 이사장 개인의 재산부풀리기에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은 대학의 수익사업이 증권회사 관광회사 빌딩임대 목장운영 호텔경영 등으로 다양한데도 대학에 투자를 많이 하지않고 있다며 전입금 비율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단의 자산규모가 빈약한 재단들은 교비를 유용하는 비리도 서슴지 않는다. 재단이 지출해야 하는 업무추진이 법인 차입금이자 토지구입자금 등을 대학의 교비에서 빼돌려 쓰고 있는 것이다.
K대의 재단 전입금은 61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결산서에는 이 가운데 6억여원이 집행되지 않았다.
이 대학이 전액 출자한 모상호신용금고는 최근 이사장 인척이 경영하는 콘도업체에 대출한도액 5억원을 훨씬 초과한 2백억원을 대출해주었다가 대금상환이 어려워지자 재단이 대신 변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 90년 사학의 자율성을 신장시킨다는 명분으로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재단의 힘만을 키워줘 대학운영의 파행과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많다.
총학장의 고유권한이던 교수와 직원에 대한 임면권을 재단측에 넘겨줌으로써 인사권을 재단이 장악,각종 인사비리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의 이사장과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 비속과 그 배우자는 당해 학교법인이 경영하는 대학의 총학장에 임명할 수 없다」는 제한규정을 삭제했다.
뿐만 아니라 이사장의 친인척이 재단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비율을 3분의 1에서 5분의 2로 높여 족벌제제 강화와 문어발식 학교운영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족벌체제를 구축하고 육영사업보다는 영리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대학법인은 광운대 뿐만이 아니다.
「땅부자」로 알려진 모대학의 법인은 이사장의 친인척이 장악하고 있다.
설립자의 2세가 이사장인 모대학의 경우도 이사장 부인이 재단 상무이사며 친인척들이 법인과 관련된 사업체를 맡고 있다.
대학법인이 이 모양이 된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정부는 충분한 재정지원을 못해주는 대신 일부 사립대 법인의 불법적인 부의 축적과 음성적인 영리추구를 눈감아줬기 때문이다.
우선 사립대 전체예산의 1% 밖에 안되는 정부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해마다 사립대 예산의 15∼20%를 지원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학진흥재단을 설립해 우리나라 1년 예산규모에 버금가는 3조7천억엔을 사립대에 저리로 장기 융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법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태어나야 하며 정부도 사학재정난에 숨통을 터 줄 수 있는 종합대책을 세워 적극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남경욱·유승호기자>남경욱·유승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