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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씨의 정계은퇴 선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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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씨의 정계은퇴 선언(사설)

입력
199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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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정계은퇴 선언은 그가 바로 며칠전까지도 『계속 국민당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공언한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선거후 예상됐던 일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아무리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기업인이라해도 한국적 풍토에서 정치지도자로 입신·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생각된다.정 대표로서는 지극히 힘든 결단이었지만 본인은 물론 국민당과 자신이 가꿔온 현대그룹 등 모두를 위해 다행한 결단이었다고 본다.

정 대표의 은퇴이유는 여러가지로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국내 제1의 재벌기업의 총수에서 하루아침에 정치에 뛰어들어 당을 만들고,14대 총선에서는 아파트 반값 공급 등의 이색적 공약으로 국민당 돌풍으로 일으켜 제3당의 입지를 확보했고,여세를 몰아 대선 때는 양김시대 청산을 외치며 압승을 기대했으나 총유효 투표수의 16.3%만을 득표,참패한데 따른 충격을 생각할 수 있다.

또 선거가 끝난뒤에는 모든 위법선거운동 문제가 백지화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현대그룹의 상당수 임직원들이 구속·입건·수배된데다 야당 대표인 자신까지 기소된 현실,그리고 선거후 당이 패배후유증으로 흔들리고 있는 점도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1년전 정 대표가 『정치풍토를 쇄신하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기치를 내세우고 정치참여를 선언한후 특히 14대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치러오는 동안 한국정치는 국민당 돌풍으로 크게 술렁거렸고 변화를 일으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 대표의 정계생활 1년」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즉 정 대표의 등장과 활동은 오랫동안 당주도권 다툼과 기득권 확보에만 골몰해온 기성정치체제에 실망해있던 국민들에게 제3의 정치대안으로 기대를 안겨주고,또 상당한 지지를 이끌어 냈으며,아울러 기성정당과 정치인들에게도 변화와 자극을 준 것 등은 평가할만하다. 반면 「참신하고 깨끗한 정치」를 내세우면서도 기성정당의 이탈자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선거 때는 현대그룹의 자금과 임직원들을 동원하여 선거분위기를 혼탁시켰다는 비판 역시 적지 않다. 더구나 대선이 끝난뒤 앞서의 당발전기금 2천억원 조성공약을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파기한 것 등은 정 대표의 실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정 대표가 정계를 떠나 자신이 평생 몸담아왔던 경제계로 복귀하겠다고 한 만큼 우리는 그가 원로기업인으로서의 오랜 경륜을 살려 어려운 형편의 한국경제를 다시 소생시키는데 크게 기여해주기를 기대한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확고한 구심점이던 정 대표가 퇴장한 국민당의 앞날에 집중된다. 과연 모든 당원이 분발해서 당을 새롭게 발전시킬 것인가,아니면 와해되어 정치판도 재편의 계기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민당의 인력은 현대 출신 및 신인,그리고 민자당 탈당파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연대감면에서 문제점이 적지 않다. 어쨌든 정 대표의 퇴장으로 국민당은 창당이래 최대위기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국민당이 재기해서 새 출발할 수 있는가,아니면 뚜렷한 대체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정쟁끝에 뿔뿔이 흩어질 것인가는 전적으로 지구당 위원장급 이상 간부들의 결심과 자세에 달려있다. 이것은 곧 국민당 구성원들 개개인의 정치적 성패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정 대표 없는 국민당의 앞날을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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