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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입학제,「대안」 못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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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입학제,「대안」 못된다(사설)

입력
199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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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에 처한 사학들의 재정난 해소대책을 논의하다 보면 전가의 보도처럼 으레 등장하는 것이 「기여입학제」를 도입하자는 발상이다.그리고 교육부 당국의 도입검토가 매번 공교롭게도 사학들이 거액을 받고 수십명씩을 부정입학시킨 뒤끝에 나오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사학의 부정입학 방지대책은 결국 기여입학제 도입밖에는 달리 묘안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 발상의 저변과 정책검토의 과정 자체가 순수성을 결여한 것처럼 보여 불쾌감을 먼저 느끼게 된다.

대학의 기여입학제 도입문제가 사학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89년 여름무렵이었다. 그해 입시에서 서울의 몇몇 규모 큰 사학들이 지금의 광운대 수법으로 수십명씩 부정입학 시키고 거액을 받아 재단이사장·총장·보직교수들이 무더기로 구속된 사건이 일어난 뒤였다.

그후 대학교육협의회와 사학들의 교무처장 회의가 주축이 돼 기여입학제 도입을 끈질기게 추진했었다. 교육부는 국민계층간의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검토 자체를 기피해오다가,91년 8·9월에는 정책방향을 급선회,교육부장관과 국무총리가 기여입학제 도입 「적극검토」 「구체적인 도입방법론」까지 제시하며 입법예고 준비를 서둘렀다. 그러나 지난해 1월21일 후기대학 시험지도난 사건이 터져 이 논의는 중단됐다.

이처럼 불발로 그쳤던 기여입학제가 광운대의 대규모 입시부정이 터져나오자 9일 조완규 교육부장관의 「전향적 검토」 표명으로 다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기여입학제에 대해 결론부터 말한다면,사학들이 원하는 방식이나 교육부 당국이 구상하는 내용은 현재로서는 시기상조일뿐 아니라 방식자체가 옳지 않으며,또한 입학 부정방지의 대안으로 쓰여서는 곤라하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는 찬성할 수가 없다.

기여입학제,아니 우리가 하겠다는 방식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기부금입학제」는 현금을 받고 입학허가증을 팔겠다는 것이다. 기여입학제가 정착된 구미의 어느 대학을 봐도 「돈을 받고 입학을 파는 방식」은 없다. 동문이나 돈 많은 사회 명사들로부터 기부금을 유치하지만,입학과 맞바꾸는 기부금은 받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 사학재단들은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있다. 대학 운영비의 85%를 학생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사학이 78%나 되고 나머지는 10∼1% 안팎의 재단부담금을 낼 정도다. 설립인가를 어떻게 받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학교재정의 실상을 공개한 대학도 현재까지는 홍익대뿐이다.

입학부정을 저지르고서도 재정난 때문이라고 강변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낄줄도 모르는 사학재단이 수없이 도사리고 있는 풍토에서 섣불리 기여입학제를 허용한다면 그나마의 입학질서까지도 엉망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언젠가는 도입해야할 기여입학제 여건을 위해서는 사학들이 재정실상을 공개하고 학사행정을 부정없이 집행한다는 신뢰를 국민들로부터 먼저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또 기여입학제는 부정입학을 해결하는 차원이 아닌,교육개혁 차원에서 도입을 검토해야 할줄로 믿는다. 대학입학 자격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교육의 핵심적 가치를 파괴하고 금전만능주의를 조장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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