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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도 자기 개혁을/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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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도 자기 개혁을/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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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도 새바람이 부는가. 재계의 창구인 전경련 회장이 오는 12일 유창순회장에서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으로 바뀐다. 말도 많았던 비오너(사업주)체제 4년만에 오너체제로 복귀하는 것이다. 새로운 전경련 회장단의 출범과 관련하여 지난 8일 회장단 회의에서 「기업과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의견교환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앞으로 경제현안에 대해 정부측과 협의,상호협력체제를 강화해나가고 정부에 대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반면 재계로서도 고쳐갈 것은 고쳐가자는데 생각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한국경제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경쟁력 강화인데 금리인하,임금상승 억제 등의 필요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새삼스러워 보이는 것이 없는 모임 같다. 그러나 기대를 가져보고 싶은 것은 재계가 『고칠 것은 고쳐가자』는 자성의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자기 과오를 자인하지 않는데 익숙해온 재계의 풍토에서 이 정도나마 개선,개혁의 의지가 공론화됐다는데 의미를 붙여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추진해갈 「신한국」 「신경제」도 그 구체적 내용이 어떤 것인지 또한 어떻게 추진될지 아직 밝혀지고 있지 않으나 이것이 성공하자면 역시 재계의 대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재계 스스로 안팎의 경제여건 변화에 시의적절한 대응과 적응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은 물론 국민경제도 상처를 입는다. 재벌그룹들은 우리 경제의 「파워 하우스」(동력원)다. 그들이 잘못되면 한국경제가 온전할 수가 없다. 정부와 재벌그룹들은 국제경제전에서 2인 3각의 경주를 하고 있다고 하겠다.

상호 호흡이 맞지 않는 경우 세계의 경제전에서 패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김 차기 대통령의 「안정속의 개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실은 「안정」보다는 「개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지금 우리의 경제정책·체제·제도는 불안정 요인이 없다. 오히려 비능률적인 현상의 고수가 어느 의미에서는 최대의 불확실성이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우리에게는 현재 안정이 불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혁이 없이는 안정도 없다』는 김 차기 대통령의 말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 하겠다.

재계도 이제는 스스로 개혁의 탈바꿈을 해야 할 때다. 자본주의의 생명력이 슘페터가 말하는 「창조적 파괴」에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재벌그룹이 천민자본주의의 낡은 껍질을 과감히 던져 버려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병이 한국적인 불합리와 병폐를 의미한다면 재벌그룹들도 자의가 아니더라도 한국병의 중증환자임에 틀림없다. 재벌그룹의 한국병은 정·경유착,과당경쟁,문어발식 경영,재테크,지하경제 조장,부동산·증권투기,중소기업에의 경영부담 전가,기업관료층의 부패,연구·개발투자에의 소홀,소유주 경영자의 권위주의화,수출보다 내수에의 역점,외향보다 내향의 선호 등등 많은 것을 지적해 볼 수 있다. 우리 재벌그룹들이 정·경유착으로 특혜적 이권이나 수익성있는 프로젝트를 획득,영역을 높여 오던 식의 기업경영은 이제는 역사속에 묻어야 하나 이러한 관행과 습벽들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의지가 뭣보다 중요하다. 정치권 스스로 유착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재계가 자기 검증이 필요한 것은 자율능력에 대한 평가다. 전경련이 민간주도형의 경제체제를 주장해온지 얼마나 되는가,기회있을 때마다 수없이 주장해왔다. 퇴임하는 유창순회장은 되씹어 볼만한 충고를 했다. 『재계가 정부에 민간주도 경제체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들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미흡해 오히려 경제전체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과 자동차산업이 대표적 사례다. 재계도 자기 개혁의 고통을 분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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