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땐 돌풍… 대선서 상승세 꺾여/이념없이 모인 구성원 “입지 불안”국민당이 8일 창당 1주년을 맞았다.
1년전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창당대회가 열릴 때에 비해 의원수도 현저히 늘고 정당의 면모도 제대로 갖춰졌지만 이날의 기념행사에선 창당 당시의 의욕과 열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당의 지난 1년과 현재의 위상을 함축한 1주년 기념행사였다.
국민당은 창당부터 숱한 화제거리를 제공했다. 재벌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찬반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기업식의 당운영은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초반부터 따라다닌 「재벌당」과 「새벽당」이라는 별명은 바로 국민당의 두얼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당은 창당 40여일만에 총선에서 지역구 24석,전국구 7석으로 모두 31석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원내교섭 단체구성에 성공했다. 「이변」이라거나 「정주영 돌풍」이라는게 당시의 평가였다.
국민당의 이같은 약진은 다름아닌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 의식 반영이었다는게 정가의 일반적 분석이다. 두김씨로 상징된 기성정치권에 대한 거부감,경제침체에 따른 위기의식,지역감정 혐오 등으로 유권자 심리를 국민당이 적시에 파고들었다는 지적이다.
기존 정당,특히 민자당에서 공천 탈락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총선에 참여했던 국민당은 그러나 총선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는데는 실패했다.
국민당은 뚜렷한 이념없이 모인 구성원들로 인해 끊임없이 「탈당」과 「와해설」의 와중에 흔들렸으며 같은 이유로 국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국민당을 괴롭힌 부분은 현대와의 관계. 정주영대표는 총선직후 현대와 관계단절을 선언한 공증을 했음에도 불구,국민들의 의혹의 시선까지 끊지는 못했다. 오히려 대선전에는 『현대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돕는 것』이라며 현대의 지원을 시인하기도 했다. 국민당은 현대와의 관계유지로 실무적인 도움은 얻었지만 정치적으로는 결정적인 손실을 입었다는게 당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당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던 요인은 정 대표의 재정능력에 대한 당내외의 기대. 「유전유죄」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지난 1년간 국민당과 관련된 분란에는 항상 「돈문제」가 따라다녔다.
이와함께 정 대표의 독특한 「기업식」 당운영 스타일도 당내 불만과 동요를 가중시키는데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제도나 기구보다는 사람중심으로,모양새 보다는 즉흥적 결정으로 당무를 처리해온 정 대표의 「방식」은 복잡다기한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게 중론이다.
국민당은 그러나 아파트 반값,중소기업 육성 등 국민들의 구미에 맞는 정책개발과 시리즈 정책광고,상설토론회 개최 등으로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기성 정치권에도 효율과 합리,근면의 요소를 가미시킬 수 있다는 실험정신을 보여준 셈이다.
결국 국민당은 창당 1주년을 맞아 「재벌당」의 얼굴을 살리느냐,아니면 「새벽당」의 이미지를 회복하느냐는 또 한차례의 실험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