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강경” 불구 시행 불투명/평화안도 명분용… 관철방법 이견 못좁혀만프레트 뵈르러 나토 사무총장은 7일 뮌헨에서 비공식으로 개최된 나토 국방장관 연례 안보정책회의에서 『나토가 믿음직스럽게 남으려면 정당한 무력행사를 피해선 안된다』면서 유고사태에 대한 군사개입 의사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유고협상을 주관해온 사이런스 밴스 전 미 국무장관도 이날 『더이상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고 서방의 중재노력이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이제 유고문제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맡길 수 밖에 없게 됐지만 유엔을 앞세운 무력개입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유고사태는 최근 제네바 평화협상을 중재해온 밴스 유엔 특사와 오언 EC 특사가 보스니아 분할안을 제시한 것을 계기로 결정적 전환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다. 서유럽과 미국은 전투 계속시 무력개입을 강력히 시사,세르비아 등 분쟁 당사자들에 대한 압력을 높였었다.
그러나 EC측은 지난 1일 평화안 지지를 결의하면서 무력개입을 일단 배제했다.
평화안의 명분과 효용성을 회의하며 무력개입 의지를 밝혔던 클린턴 미 행정부 지도자들도 지난 4일 EC측을 대표한 킨켈 독일 외무장관의 연쇄회담에서 실제 개입의도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은 『유고사태는 유럽인들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유고사태는 밴스·오언 평화안을 둘러싼 논란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이 평화안은 보스니아공화국을 민족분포 경계에 따라 10개 지역으로 나눠,수도 사라예보를 제외한 9개 지역을 회교도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 등 각 민족들에 3개 지역씩 분할하자는 것이다. 이는 형식상 보스니아를 각 민족의 자치역으로 나누는 것이지만 실제 세르비아공화국과 크로아티아공화국에 각기 점령한 보스니아 영토를 떼주는 것이다.
이 분할안은 현재 크로아니타측만 수락했다. 보스니아 인구의 17%인 크로아티아계는 내전으로 보스니아 영토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반대할 이유가 없다.
세르비아계는 표면상 반대자세를 견지하고 있지만 휴전조건의 양보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 반대」로 분석된다.
회교도측 즉 보스니아도 분할 자체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세르비아계 지역이 농촌에 퍼져있는 반면 회교도지역은 도시에 집중,분할안대로 하면 도시를 넘겨줄 회교도쪽에 다시 수십만명의 난민이 생긴다. 이 때문에 분할방식의 대폭 수정을 요구,평화안을 거부했다. 또 휴전후 세르비아측의 중화기 통제보장과 무기금수해제 등을 요구한다.
따라서 현재 관건은 세르비아측에 추가압력을 가하는 것과 보스니아의 불안을 해소해주는 외교관계 단절과 국제전화선 차단 등 완전한 고립으로 모든 방안이 제기되고 있고 보스니아에 대해서는 독일과 미국이 무기금수해제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두가지 모두 효과나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세르비아와 고립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평화안 수락을 끌어내긴 어렵다. 또 보스니아에 대한 무기금수해제 등은 EC 다수국가와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다.
평화안 관철을 위한 향후 무력사용 가능성도 별로 없다. 독일 언론은 영국 프랑스가 항공함대를 파견,공중폭격 등을 불사할 자세를 보였을 때 『누구도 진정한 무력개입 의사는 없다』고 지적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세르비아쪽에 기울어 있다. 따라서 현상고착을 바랄뿐,세르비아 약화를 바라지 않는다. 양국은 전통적으로 세르비아를 크로아티아와 연계된 독일의 영향권 확대를 견제하는 이 지역 세력균형의 축으로 간주한다. 특히 세르비아와 오랜 유대가 있는 프랑스는 미국의 개입이 불필요함을 과시하기 위해 대규모 함대 실제 배치했다는 것이 독일 언론의 분석이다.
클린턴 미 행정부가 당초 강경자세를 보인 것도 유고사태에 소극적이란 비판과 선거전 당시의 적극 개입 공약을 의식한 명분유지용으로 이해된다. 이와 관련,나토 공군에 배속된 독일 공군병력이 헌법상 금지된 나토역외의 유고 폭격작전 등에 참가할 가능성을 놓고 논쟁을 벌였던 독일 여·야당도 『무력개입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논란을 마무리했다.
결국 엇갈린 이해 때문에 유고사태를 사실상 방관,구호물자수송과 인권침해 규탄 등으로 체면치레를 하던 서방각국은 침략의 결과를 추인하는 보스니아 분할안을 겨우 내놓고서도 명분에만 매달려 있다. 따라서 유고사태의 국면전환은 피해자인 보스니아가 더욱 벼랑에 몰려 분할안을 무조건 수락할 때나 가능하다는 냉소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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