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척결” 장본인… 공금 유용 연루/“사업가 돈빌려 사가 구입” 알려져피에르 베레고부아 프랑스 총리가 7년전에 사업가로부터 1백만프랑(약 1억5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쓴 일이 폭로돼 프랑스 정가에 또 하나 부패스캔들로 등장했다.
베레고부아 총리는 지난해 4월 취임이후 공직자의 부정부패 일소를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선언하고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 노력해왔다. 그러나 반부패의 선봉장을 자처해온 총리 자신이 떳떳지 못한 추문의 장본인으로 등장함으로써 정부의 도덕성은 회복되기 힘든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베레고부아 총리의 스캔들은 지난주 한 주간잡지가 폭로한후 유력 언론들에게 의해 계속 보도되고 있다.
그가 국회의원으로 있던 86년 9월 로제르 펠라라는 한 사업가로부터 1백만프랑을 무이자로 빌려 파리시내에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것이다. 펠라는 미테랑 대통령과 막역한 친구 사이로 89년 자사 주식의 내부자거래 혐의로 기소된 직후 사망했다.
베레고부아 총리의 펠라와의 금전적 관련은 우연히 드러났다. 펠라사건과 관련된 건설회사의 공금유용사건을 계속 수사중이던 티에리 예심판사의 수표추적끝에 밝혀졌다. 이 판사는 90년 사회당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수사하다 직위해제됐던 사람이다.
베레고부아 총리는 빌린 돈을 파리시내 16구에 아파트를 사는데 충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펠라와 유족은 총리가 펠라의 사망전 골동품과 책 등으로 50만프랑을 갚았고 나머지는 사망후 현금으로 모두 상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은 펠라의 사망후 상속과정에서 1백만프랑의 차용증이 그대로 상속된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등 총리의 진실성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한편 사업가 펠라는 85년 유력건설회사인 CBC사가 북한의 초호화급 호텔 건설을 맡을 수 있도록 정부측에 로비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2천만프랑의 커미션을 CBC사의 질베르 시모네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모네 회장은 3일 공금 불법전용 혐의로 기소됐다.
베레고부아 총리가 거액을 무이자로 빌리는 과정에서 어떤 반대급부가 주어졌는지 등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야당도 아직까지는 이를 정치적 공세로까지 몰고 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관련사건에 대한 수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하지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은 베레고부아 총리가 비록 법적으로는 아무런 위법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도덕적인 비판까지 면하기는 어렵다는 쪽이다.
집권 사회당의 잇따른 부정부패와 반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염증은 결국 다음달 총선에서 사회당의 대패를 더욱 확실히 해줄 것으로 보인다.<파리=한기봉특파원>파리=한기봉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