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경선」 당내 민주화 “시금석”/“영향력 막강” 자·타당 무성/박실·홍사덕·신기하씨 후보거론/“지도부 갈등 부산물” 논란여지도민주당이 한국정당 사상 최초로 원내총무 경선제를 도입키로 결정,중대한 실험을 앞두고 있다.
3월 전당대회에서의 당헌 당규개정으로 최종적인 모습을 드러낼 총무경선제는 무엇보다도 의원들 스스로가 원내 활동의 지도자이자 심부름꾼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역대 제1야당은 원내총무 지명·인준제도를 유지,의원들의 소극적인 선택권을 보장해왔다. 민자당의 현 당헌도 예외는 아니다. 당헌 33조는 「원내총무는 당무위원중에서 대표최고위원이 최고위원 회의의 인준을 받아 지명하고 의원총회의 인준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8년 6월 구 신민당 의원총회에서 김대중의원에 대한 총무인준안이 부결돼 파동을 낳은 이후 인준투표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의원총회는 지도부가 고른 총무를 박수통과시키는 형식 절차에 그쳤던게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그래서 야당의 당내 민주화 얘기가 나올 때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가 바로 총무경선 요구였다.
민주당이 인준투표의 복원차원을 뛰어넘어 곧바로 총무경선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의원들의 적극적 선택권을 처음으로 보장하는 당내 민주화의 거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의 총무경선제 도입은 3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경쟁을 앞둔 당지도부내 갈등의 부산물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는 있다.
대선패배와 김대중 전 대표의 은퇴로 위기를 맞은 민주당은 「거듭남」을 위해서는 3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공통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인준투표 복원」 정도를 검토했던게 사실이다.
당내 개혁세력인 민주개혁 정치모임(이사장 박영숙)이 주도하는 경선제 도입주장이 각종 회의 때마다 잇따랐으나 이기택대표측은 대표의 총무지명권을 고수하는 입장이었다.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방식을 둘러싼 최고위원 회의의 내부절충 과정에서 「선최고」 입장을 고수했던 이부영 최고위원이 지난 2일 「동시분리선거」를 수용하는 전제조건으로 이를 내세웠고 이 대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던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따라서 총무의 힘이 막강해지고 자칫하면 원내 활동이 이원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곧바로 터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최고위원 회의는 이 때문에 「경선총무에 대한 해임권을 통해 총무의 권한 축소」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총무경선제」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원내총무는 최고위원 회의의 지휘감독을 받는다」는 선에서 논란이 매듭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총무경선제의 도입은 민주당 총무의 당내 영향력을 크게 제고시킬 것은 불문가지다. 경우에 따라서는 총무가 최고위원보다도 더 큰 「실력」을 행사할 수도 있으며 차차기 당권의 향배를 예약할 수도 있다.
현재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에서 종다수로 선출한다」는 시안만 마련돼 있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지원자가 몰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자타천 총무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박실 홍사덕 신기하 김덕규 이철의원 등으로 모두 3선이다.
박 의원은 서울시지부장으로서의 기득권을 살려 첫 경선 총무가 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1월초부터 출마의사를 비치며 주류·비주류를 막론한 동료의원들의 지지를 당부하는 등 사전활동을 벌여왔다.
민주계인 홍 의원은 최근 발족한 한국정책개발연구회(한정회)의 부회장을 맡아 신민계,특히 범동교동계의 신임까지 노리고 있다. 총무경선이 어차피 당권경쟁과 연관을 갖는다고 볼때 홍 의원은 「주류연합」의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신기하,김덕규,이철의원은 모두 비주류 후보라 할 수 있다. 신 의원은 김상현 최고위원의 직계로서 최고위원 후보인 신순범의원과 함께 김 최고위원의 당내·원내 장악전략의 주력카드이다.
김 의원은 정대철 최고위원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고 이 의원은 현직 총무라는 이점에다가 민주개혁 정치모임과 정 최고위원의 지원을 동시에 받고 있다.
김 의원은 한광옥총장이 최고위원 출마를 위해 총장을 사임하자 후임에 임명되었는데 『전당대회후에도 총장을 맡게 된다면 총무경선은 포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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