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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혼선/정병진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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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혼선/정병진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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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표의 정계은퇴이후 당내 민주화정책을 위한 과도기적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당에 「범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8일 여야 총무의 의사일정 관련합의를 백지화시켜 버린 것이다.이철총무는 일요일인 7일 민자·국민당 총무와 비공식 접촉을 갖고 9일부터 열릴 제1백60회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이 합의는 민주당이 국회운영 방침을 상당히 양보한 것이었다. 당초 5개 의제로 5일간 하기로 했던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4개 의제에 4일간 하기로 한 것이 합의의 골자였다.

이철총무는 최고회의에서 양보의 불가피성과 합의의 시급함을 사후보고 형식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회의를 주재한 이기택대표는 크게 화를 냈다. 이 총무의 「보고」가 채 끝나기도전에 이 대표는 이 총무의 양보를 「반란」으로 규정하면서 『당의 방침대로 다시 협의를 하라』고 지시했고 상당수 참석자들은 이에 동의했다.

이 대표는 『총무가 당 대표에게 사전은 물론 사후에도 일언반구 상의없이 국회문제를 양보할 수 있느냐』고 불쾌해졌다. 이 총무는 이 총무대로 『당대표가 총무간의 합의를 공개적으로 무효화시켜 버리는 것은 여야 협상력을 약화시켜 원내 전략수립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총무간의 합의라도 잘못이 있으면 공식 회의에서 수정되거나 재협상 지시를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당의 언로가 활성화돼있는 생동감있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번 경우는 미묘한 시기와 다소 복잡한 상황 속에서 발생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당권이 걸린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간,또는 중진의원들 사이의 이합집산이 부산하다. 그리고 이철총무는 불과 며칠전 자신을 총무로 지명해준 민주계와 이기택대표에 대해 분명한 별거선언을 했었다.

이번 국회는 민주당이 요구해서 열릴뿐 아니라 대선후 첫 국회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국회이다. 민주당의 「범상치 않은 일」을 두고 민주당이 『국회 열기를 잘했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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