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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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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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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인사를 나눈뒤 화제가 궁할 때 담배 한대를 권하면 어색했던 분위기가 풀린다는 것이 애연가들의 설명이다. 담배가 사교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보통사람들뿐 아니라 국가원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5·16을 일으킨 박정희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이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백악관서 케네디 대통령이 담뱃불을 붙여주던 사진은 당시 한미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종전에는 담배 태우며 정담을 나누는 정상회담이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2차 대전당시 연합국 수뇌회담이다. 처칠 영국 총리는 시거를 잠시도 떼지 않는 골초였고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시거와 물부리를 함께 즐겼다. 두 애연가곁에 앉은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파이프파였다. 담배의 해독이 알려진 요즈음엔 담배 태우며 정담나누는 정상회담은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백악관을 찾으려면 아예 담배를 놓고 가야만 한다. 금연가인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하자 백악관을 금연구역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백악관내 주거구역만을 금연구역으로 설정했으나 클린턴 대통령은 금연구역을 집무구역인 서관(웨스트윙)까지 확대시켰다. 백악관 대변인은 예외란 있을 수 없다고 엄포까지 놓았다는 것이다. 백악관 방문 때는 담배를 두고 오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외국서는 이미 사람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을 오래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미국 국내선 여객기는 완전금연이다. 일본 철도공사도 지난 1일부터 동경서 70㎞이내의 수도권 철도역과 지방 주요도시 역구내 금연을 공표하고 재떨이를 모두 철거했다. 담배를 피우려면 한귀퉁이에 마련된 끽연실을 찾아가야 하니 차라리 참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흡연자의 변이다. ◆그러고보면 한국은 아직 담배 천국이다. 공공장소 금연은 커녕 지하철역 지하상가 등 밀폐공간서도 저마다 담배연기를 뿜어내 가뜩이나 오염된 공기를 숨막힐 정도로 악화시킨다. 어디 그뿐인가. 판매를 늘리려고 담배세의 지방교부제를 실시하여 지방공무원이 담배소비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매사업 수익도 좋고 지방 재정확보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국민건강을 정부가 보살피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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