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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금융기관들/직원­고객 통화내용 도청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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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금융기관들/직원­고객 통화내용 도청 “파문”

입력
1993.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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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시 법정 증거물 제출” 목적/사생활 침해·위법성 여부 논란【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최근 싱가포르 일부기업,특히 금융기관들이 고객과 직원간의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 일간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일부기업과 금융기관이 고객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하기 위해 전화 20회선 이상을 동시 녹음할 수 있는 최첨단 전화녹음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들 기업의 전화녹음은 정보기관이나 산업스파이의 도청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고객이 전화로 합의하거나 요구한 내용을 번복,회사경영에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고객당사자나 법정에 유리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같은 전화모니터를 통해 직원들의 영업능력이나 성실도를 평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업무이외의 잡담전화를 막는 부수적 효과도 노릴 수 있어 기업의 전화녹음 행위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전화모니터 행위는 시민들의 사생활을 심각히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과 함께 합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변호사들은 제3자의 비밀이나 정보를 캐기위한 목적으로 도청장치를 설치하거나 통신당국의 시설물을 손댈 때는 불법으로 분류되지만 단순히 자기 회사,또는 자신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통화내용을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고 녹음했다 할지라도 민사분쟁 발생시 녹음테이프를 법원에 증거물로 제시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법원에서 전화녹음 테이프가 법정에서 증거물로 채택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대방이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대화내용을 부인할 경우 이를 판별해야 하는 기술적 문제가 가끔 대두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전화녹음 행위에 대한 법적 시비가 일자 싱가포르 텔레콤 당국(TAS)은 『자신이 소유한 전화의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당국에서 설치한 통신시설을 훼손,제거하는 등의 행위는 법에 저촉된다』면서 『통신시설에 응답 및 녹음장치를 연결하려면 사전에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6천만달러 이하의 벌금,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즉 전화녹음 행위는 합법적이란 것이다.

싱가포르 기업이나 개인이 얼마나 전화녹음장치를 이용하고 있는지 정확한 실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전자상가 주인은 『전화기에 소형 녹음기가 연결된 수백달러짜리 장치를 주로 싱가포르인들에게 한달에 3백세트 정도 팔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점으로 미뤄 전화녹음장치가 상당히 보급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업이나 은행 등 기관에서는 20회선 이상의 전화를 모니터할 수 있는 대당 1만4천달러짜리 고가의 초정밀 녹음시스템을 주로 구입,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각 가정에서도 하녀 등이 전화메시지를 정확히 받아두었는가를 체크하는데도 전화녹음장치가 이용되고 있다는 것.

한 기업 간부는 『상담전화를 녹음해 두었다가 다시 대화내용을 정밀하게 검토하면 상대방의 진의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등 유익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직원들의 전화내용을 검토하게 되면 업무의 성실도를 파악할 수 있고 업무외 사용이나 잡담전화를 줄일 수 있어 경영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전화녹음장치의 합법성 여부를 떠나 개인의 활동을 감시,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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