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하오 2시 모스크바 시내 주보스키 대로변의 러시아 외무부 프레스센터. 게오르기 쿠나제 외무차관이 자신의 첫 북한방문 결과를 내외신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이날의 회견장은 그의 방북결과가 이미 여러차례 보도된 탓인지 공식적인 내용보다는 그로서는 초행이었던 북한에 대한 개인적 인상과 소감을 더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쿠나제 차관도 이 점을 알아챈듯 회견 막바지에 「개인적인」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평양의 도로는 넓고 깨끗하나 다니는 차들이 별로 없다』 『건물은 크고 웅장했지만 일하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인민들은 행복하다고 말들 하지만 실제로 행복한 미소를 띠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다』
쿠나제 차관은 결론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평양은 「죽은 도시」란 인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는 남북한간의 위상변화를 알려주는 자신의 경험도 들려주었다. 자신의 귀국이 예정보다 늦어진 것은 모스크바평양간 여객기 운항이 줄어들어 항공편이 없었기 때문이며 하는 수 없이 평양북경모스크바 노선을 택했는데 북경행 여객기에도 탑승객이 7명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이를 복잡한 모스크바서울노선과 비교하며 평양서울모스크바 노선이 개통됐으면 하는 희망도 피력했다.
그는 또 평양체류중 자신의 방북 관련기사가 서울의 주요언론에 게재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면서 남북한간 직통전화선이 부설되었다면 서울주재 대사관으로부터 팩스를 통해 그 내용을 받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고 북한측에 그런 생각을 전했다고 밝혔다.
끝까지 듣고 있던 북한의 중앙통신 모스크바 특파원이 질문을 던졌다. 평양의 인상에 대한 발언에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이 순간 쿠나제 차관을 비롯,회견장에 모인 내외신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들 북한기자의 질문이 오히려 더 「정치적」이어서 웃음을 참지못한 것이다.
쿠나제 차관은 그것은 사사로운 인상이며 절대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져 있지 않다며 회견을 끝냈다. 북한이 아직도 이런 문제에는 우울안 개구리식 대응을 하고 있다는 느낌에 같은 핏줄로서 무안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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