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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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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구 소련의 냉전체제 해소로 미 CIA가 경제첩보활동에 주력키로 하는가 하면 러시아도 구 KGB를 해외정보국으로 개편하여 서방측의 과학기술에 대한 첩보활동을 강화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냉전상태 아닌 상황에서 경제·과학 등 분야에 치중된다해서 그 첩보활동을 이 정교하이나 치열함에서 이전보다 덜해진다고는 볼 수 없다. ◆KGB 요원으로 버마에서 활동하다가 서방으로 망명한 알렉산드르 카즈나체프는 그의 저서 「소비예트 공관의 내막」에서 소련이 버마의 쌀을 사서 인도네시아 등지에 덤핑하여 버마의 해외시장을 축소시킨 일도 있다고 폭로했다. 그들이 본국에 보낸 연차보고서 7개 부문중 제4부는 버마경제를 자세히 기록한 것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 연차보고서는 70∼80면 타자분량이지만 작성팀은 버마경제에 대해 서방진영의 경제사절단이나 심지어 버마인 자신들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임무는 버마에 대한 소련의 장기 정책수립에 참여하는 일이었다고 카즈나체프는 말했다. 버마측도 그것을 알았는지 소련과의 바터무역의 확대를 꺼려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82년 2월 노르웨이는 자국내에서 조립중이던 F16 전투기의 부품을 불법으로 구입하려 했다해서 구 소련대사관 상무관 2명을 추방했다. 그 무렵 미국에서도 저공의 적을 공격할 때 쓰이는 고성능 레이더에 관한 정보가 소련에 유출됐다고 하면서 고도기술을 팔아넘기는 사람이 있다고 우려한 일이 있다. ◆월남전 당시 KGB는 소련제 SAM2 미사일이 왜 미국의 B52 폭격기를 명중시키는 일이 드문지 몰라서 고민했다. 실은 그 유도장치를 미국이 입수해서 대응장치를 B52에 장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진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다. 이제 경제첩보전은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 적의없이 자국산업 발전에 주안을 두어 전개되는 상태지만 고도화된 수단의 대립이라는 측면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 국제무역마찰의 파도가 높아지는 때인 만큼 남의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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