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만 알면 자료 손쉽게 변조/OMR카드 빼돌린건 사후 대조막기광운대 입시부정의 컴퓨터조작은 예상됐던 여러 수법 가운데서도 가장 치졸한 것이이서 범행 가담자들의 겁없음을 보여준다.
범행은 당초 상정됐던 특정수험생 합격을 위한 프로그램 사전입력,OMR카드 사후 수정입력,OMR카드 바꿔치기 등 다소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라 주객관식 채점합산이 모두 끝나 총점이 수록된 디스켓에서 특정수험생들의 객관식 점수만 고쳐 입력하는 손쉽고도 대담한 수법이었던 것으로 5일 밝혀졌다.
대입시험 채점자료를 입력한 컴퓨터 디스켓이나 릴테이프(대형컴퓨터용)에 수록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OMR카드 원본의 모습을 재현한 이미지 데이타와 객주관식 점수,이들을 합산한 총점의 3가지다.
이들 디스켓이나 릴테이프를 관리하는 사람이 컴퓨터시스템 운영자를 통하거나 직접 특정 패스워드만 알면 자료를 열어 단말기 화면상에서 객관식 점수만 고쳐놓고 나면 총점과 합격여부 순위 등은 일사불란하게 자동처리된다.
다만 이 경우 이미지데이타는 그대로 남게 되며 이 자료와 OMR카드 원본,고쳐진 객관식 점수를 비교해보면 누구라도 그 차이를 알 수 있게 된다.
달아난 광운대 조하희 교무처장(53)과 전영윤 교무과장(57)이 92·93학년도분 OMR카드 4만5천장의 폐기를 기도한 것은 일차적으로 이 비교가 불가능하도록 원본 자체를 없애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72년부터 컴퓨터 채점방식을 도입했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시스템 공학센터 전략정보연구실 김영민실장(44)은 『수험생들의 숫자가 많을 경우 개개인의 OMR카드를 일일이 꺼내 컴퓨터에서 출력된 자료와 비교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내신성적과 시험점수의 차가 많이 나는 수험생의 경우만 표본추출해 대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자체 입시관리 대학들의 경우 내부자 공모로 자료를 수정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컴퓨터 입시관리가 효율성을 높일망정 역으로 부정은 더 손쉽게 만들어주는 꼴이다. 광운대 사건의 경우 디스켓에서 변조돼 출력된 자료와 원본의 대조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 돼 입시사정 관계자들에 대한 광범한 책임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부 대학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학교내 상호 감시방식으로도 컴퓨터조작을 전면 차단할 수는 없다며 대학·정부·전산 전문기관 관계자 등이 모인 입시사정관리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하종오기자>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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