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의 문화명소/95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강물에 침식… 건물 붕괴위험/3억불 들여 대대적 수리예정러시아 최대의 문화명소인 모스크바의 볼쇼이대극장이 오는 95년부터 2년간 대대적인 수리를 위해 문을 닫는다. 볼쇼이 대극장의 블라디미르 코코닌 대표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실을 밝히면서 『적당한 임시무대와 건물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발레와 오페라단이 해체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볼쇼이가 문을 닫게 된 주된 이유는 강밑에 세운 건물자체가 침식당해 붕괴될 위험에 처해있기 때문.
1776년 설립돼 그간 오페라와 발레를 공연해왔던 볼쇼이극장은 지난 1856년 현재의 호화건물로 다시 지어졌다. 건물정면에 있는 태양의 신 「아폴로」와 그의 「불의 전차」 조각 등은 고풍스런 멋과 화려함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건물을 강밑을 파고 지었기 때문에 그동안 물이 스며들어와 자칫하면 건물 전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수리가 필요해졌다.
코코난 대표는 『벌써 문을 닫고 수리를 해야 했으나 그동안 자금난으로 미뤄왔다』며 『2년전부터 건물 전체가 붕괴될까봐 걱정해왔다』고 밝혔다.
볼쇼이극장측은 그동안 여러차례 모스크바시 당국에 수리를 요청해 왔으나 모스크바시도 수리계획만 접수한 채 자금난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다.
볼쇼이극장측이 신청한 수리비는 무려 3억달러로 모스크바시도 이를 감당하기에는 벅찬 액수다.
이에 볼쇼이는 우선 자구노력으로 이탈리아의 한 기업에 수리가 시급한 부분부터 약 3천5백만달러의 수리계약을 맺으려 했으나 이마저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볼쇼이는 외국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은 어느 나라에서도 신통한 반응이 없다.
볼쇼이극장이 문을 닫으면 약1천명의 단원과 2천명의 스태프 및 직원들이 당장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할 형편이다.
볼쇼이극장은 이에따라 현재 모스크바시 당국에 25년전 볼쇼이극장소유였던 오페레타 극장건물로 이사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오페레타극장의 직원들이 대신 쫓겨나게 돼 시로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코코닌 대표는 『만약 정부나 시 당국이 결정을 빨리 내리지 않는다면 단원 모두가 무대에 누워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시 당국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볼쇼이극장의 폐관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즉 현재 이 극장이 운영하고 있는 전속발레학교와 음악학교까지 자동적으로 문을 닫으 수 밖에 없어 상당기간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자칫하면 러시아의 발레전통 자체가 끊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극장의 형편이 이쯤되자 일부 단원은 외국예술단과 계약을 맺어 극장을 떠나는 등 제각기 살길을 찾고 있다.
코코닌 대표는 『수리기간이 2년 이상 걸릴텐데 이 기간은 극장으로서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모스크바를 떠나 계속 외국순회공연을 했으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탄했다.
볼쇼이 극장은 2백년 이상 러시아의 발레와 오페라를 공연했고 글린카,무소르그스키,차이코프스키,림스키 코르사코프,프로코피예프,쇼스타코비치 등 유명한 작곡가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또 샬리아핀,갈리나 블라노바,마야 프리세츠카야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오페라가수와 무용수를 배출했던 볼쇼이무용단이 구 소련이 붕괴한 것처럼 힘없이 주저앉는다면 세계의 수많은 예술애호인들은 안타까워 할 것이다.
지금까지 모스크바를 여행했던 외국인들이 볼쇼이극장에서 「백조의 호수」 「지젤」 「호두까지 인형」 등의 공연을 보았다고 자랑할 수 있는 멋이 오는 95년부터는 없어질지도 모른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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