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외교 선결과제 “중동·유고”/세르비아 견제·평화협상에 초점/유엔·EC 조율아랍권 설득 관건클린턴 미 행정부가 날로 혼미를 거듭하는 구 유고와 중동사태를 외교정책의 선결과제로 설정,외교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4일 오전 17일부터 일주일간의 중동방문 계획을 발표하고 보스니아 사태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평화안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최대 외교과제인 보스니아 내전과 중동사태를 점검해 본다.
▷보스니아 사태◁
클린턴 행정부는 보스니아 사태 해결방안을 놓고 기본적으로 유엔이나 EC측과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유엔과 EC는 그간 밴스와 오웬 특사를 내세워 보스니아를 10개 자치구로 분할하는 평화안을 추진해왔다. 즉 보스니아의 분쟁 당사자인 세르비아계·크로아티아계·회교계 등 3개 민족들이 3개씩의 자치주를 나눠갖고 수도인 사라예보에는 느슨한 중앙정부를 설치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이같은 중재안이 타결될 경우 이득을 보는 쪽은 1만9천명의 사망자와 2백만명 이상의 난민을 촉발시킨 세르비아계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클린턴이 선거공약 때부터 내세운 인권 및 도덕중시 외교노선에 부합되지 않는 한편 항구적인 갈등해소 방안으로도 미흡하다는게 미국측 시각이다. 또 이같은 보스니아내의 세르비아,크로아티아,회교계 등 3각구도 형성은 결국 「대세르비아의 건설」을 용인하는 꼴이 되며 이는 유럽의 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유엔과 EC의 중재안에 내심 못마땅한 미국은 독자적인 유고평화안 추진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사실 지난주까지만해도 클린턴 정권은 보스니아사태 해결을 위해 군사력 동원을 심각히 고려하는 등 대세르비아 강경노선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유엔과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일단 보스니아사태의 진정을 위해 밴스오웬 중재안 타결이 시급하다고 보고 클린턴 행정부에 이를 수락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영국은 미국의 군사력 동원 움직임을 견제해왔다. 클라우스 킨켈 독일 외무장관이 클린턴에 대해 밴스오웬 중재안을 수락하라고 요청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더글러스 허드 영국 외무장관도 미국이 보스니아사태에 무력을 사용하면 현지에 파견된 평화유지군 소속 영국군 1천여명을 즉각 철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때문에 클린턴 행정부가 유엔 및 유럽국가들의 거센 압력을 무릅쓰고 세르비아 응징에 나설 것이냐 여부는 향후 미국의 대세계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중동사태◁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추방조치로 야기된 중동문제에 있어 두가지 기본방침을 설정하고 있다. 「유엔의 대이스라엘 제재 불용」 및 「중동평화 회담의 지속적인 개최」이다.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전격적인 중동순방도 미국의 이중잣대에 불만을 품은 아랍국가들을 의무하고 이들 국가들을 중동평화회담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과 제재 움직임에 몹시 곤혹스러운 처지다. 미국이 보스니아,소말리아사태와는 달리 유엔결의(7백99호)를 무시한 이스라엘을 편향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클린턴의 외교정책이 일관성을 잃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아랍권의 바난 때문이다.
클린턴이 이러한 아랍국가들의 반미감정을 의식,오는 9∼11일로 예정된 두차례의 중동평화회담을 연기시킨 것도 일단 중동국가들의 정치공세를 누그러뜨리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크리스토퍼 장관은 『중동평화회담이 오는 4월 중순경 재개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클린턴은 이같이 불만에 찬 아랍국가들을 설득해 어떻게 해서든 중동평화회담을 성사시켜야 하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 전임 부시 대통령이 가까스로 재성사시킨 중동평화회담이 중단될 경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권은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압력도 가중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유엔에서 대이스라엘 제재의 방패구실을 해준 대가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추방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강경책을 완화하라는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측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추방 대상자중 3분의 1 가량인 1백명을 자국으로 귀환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미국의 국제적 입지를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팔레스타인 난민처리 과정에서 편파적인 이중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중동평화회담에서 그간 확보해온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실추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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