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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밀」에 분노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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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밀」에 분노한다(사설)

입력
199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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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밀에서 다량의 발암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한다. 충격적인 일이다. 국내 대형 제분회사들이 수입 신고한 미국산 밀 2만5천3백5톤중 백맥 1만9백6톤에서 농약변성 발암물질인 MBC(일명 카벤다짐) 성분이 농약잔류 허용치의 1백32배나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농약성분의 잔류량이 허용기준치를 오르내리거나 약간만 웃돌아도 걱정스러운데 자그마치 1백32배나 된다는 것이니,이것이 도대체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식량인지,생명을 앗아가는 독극물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전율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주곡인 쌀의 공급과잉으로 해마다 남아도는 쌀 때문에 고민하면서도 밀·콩 등 잡곡류를 소비량의 80%내지 거의 전량,그리고 막대한 분량의 과일·수산물을 마구잡이로 외국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신토불이의 철리에도 불구하고 외국산 농수축산식품을 마구 수입하는 것은 외국식품산업의 달콤한 선전공세와 상술 앞에서 우리가 조상전래의 정갈한 전통입맛을 고수하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같은 외국산 식품의 수입은 우리 농수산업의 기반을 위협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민건강과 위생에 심각한 위해요소를 지니고 있음이 문제이다. 수입 농수산물들은 보건안전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채 재배·채취되거나 생산과정서 화학약품을 남용하고 보관과정서 방부제 등을 과용하며 산지로부터 장거리 수송되는 동안 부패되거나 변질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89년 미국산 자몽의 유해소동,92년 호주산 오염밀의 가공유통 사건 등은 외국산 수입농수산물이 지닌 문제들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들이다. 또한 한중 수교이후 물밀듯 들어오는 중국산 농수산물의 경우 그 위생처리 상태가 더욱 열악하여 잔류농악 뿐만 아니라 해충과 세균의 전파위험마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자국 소비식품에는 안전기준을 철저히 지키면서 외국 수출품에는 안전기준을 뻔뻔스럽게 위반하는 미국·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위생안전기준 자체가 없거나 미흡한 대부분의 중국산 식품도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수입농수산물의 농약오염 또는 해충·세균번식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온국민이 신토불이의 뜻 그대로 우리 식품을 찾아먹는 정신을 기르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불요불급한 외국산 식품의 과잉수입을 막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물론 근본적인 대책은 수입식품에 대한 검역과 감시를 철두철미하게 하는 일이다. 또한 기준위반이 발견되는 경우 가차없는 응징과 보복을 서슴지 말아야만 외국산 유해식품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

이번의 오염밀은 다행히 검역과정에서 발견되어 유통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 처리에 있어서도 폐기처분이나 식용 이외의 사용 등 미봉책을 쓸 것이 아니라 전량 반송하고 국내수입상에 대한 제재는 물론 현지 수출상에 대해서도 거래금지 등의 단호한 응징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만 외국의 곡물이나 식품수출시장이 다시는 한국에 오염된 곡물이나 유해식품을 보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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