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황금만능 풍토가 주범/족벌경영등서 부패구조 싹터/「대학자율」 앞둬 부정확대 소지광운대 한양대 등에서 드러난 입시부정 사건으로 이 시대 양심의 최후보루인 대학의 권위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입시의 생명인 공정성이 훼손돼 일파만파의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현직교사는 물론 교감까지 입시브로커로 전락,명문대생들의 머리를 상류층의 검은돈으로 사 대리시험 보게한 사건을 보고 경악한 국민들은 대학 교무처장과 총장의 친인척이 거액을 받아 챙기고 컴퓨터를 조작,엉뚱한 합격생을 만든 경우에 접하고는 분노에 떨고 있다.
크고 작은 입시부정 때마다 교육부는 각종 제재엄포만을 되풀이하면서 뒷북만 쳐오는 사이 원천적인 부정이 조직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져 온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사립대 입시전반에 걸쳐 사정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작태는 우리 사회의 병리와 부패구조가 맞물려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전문가들은 황금만능주의와 학벌위주의 풍토가 계속되고 「무슨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대학에 자녀를 진학시켜야 한다」는 일부 상류층 학부모들의 그릇된 가치관이 바로 잡히지 않는한 입시부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94학년도부터는 대학별 고사가 전국 상위권 대학 등 38개 대학에서 실시돼 입시문제 출제와 채점 등 입시관리가 대학자율에 맡겨질 예정이어서 부정의 소지는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 87년부터 대학자율화를 단계적으로 추진,96년께부터는 대학입학 정원도 완전 자율화는 대신 대학평가인정제 등을 정착시켜 대학교육의 내실화를 기한다는 정책구상을 갖고 있다.
이같은 교육당국의 방안은 대학이 이제까지의 타율에서 벗어나 자구적 노력에 의해 자율을 신장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경찰조사에 의해 입시부정의 규모가 계속 커질 경우 대학은 스스로 타율을 자초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광운대 사건의 경우 족벌경영체제가 빚어낸 전형적인 부정으로 다른 사립대에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총장은 설립자의 유지를 받들어 아무리 학교경영을 잘해보려해도 친인척들이 검은 양심으로 브로커들과 결탁할 경우 건학이념은 물론 학교의 전통과 명예까지 하루아침에 물거품을 만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 부정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립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들면서 그다지 죄의식을 느끼지 않은 분위기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기부금 입학을 허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부금 입학의 경우 정부가 한때 도입을 신중히 검토한 사항이나 대학입학권을 돈으로 어떻게 살 수 있느냐는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시행복안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사립대의 살림살이는 학생들의 등록금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궁핍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립대들은 ▲재단전입금 확충 ▲동문 등 사회로부터의 기부금 확대 ▲예산편성의 효율성 제고 ▲학교채 발행 등 자구적 노력을 충실히 해왔는지를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입시부정 사건은 해마다 전후기 입시가 끝나면 연례 행사처럼 이 대학 저 대학에서 잇달아 터지고 있다.
89년 8월 기부금 명목으로 21억3천만원을 받고 46명을 무더기로 부정입학시킨 동국대는 당시 이지관총장과 황한수 재단이사장 등 학교 관계자 5명이 구속됐다.
90년 1월에는 한성대가 신입생 94명의 컴퓨터성적을 조작,부정입학시켰다가 재단이사장 등 7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건국대는 91년 8월 35억의 거액을 받고 교직원 자녀 등 1백3명을 부정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나 재단이사장 등 6명이 구속됐다.
91년초에는 서울대 이화여대 등에서 음대 신입생 실기시험 부정이 터져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새 정부가 대통령직속기구로 교육개혁위원회(가칭)를 구성,한국교육의 병폐와 문제점을 파헤쳐 21세기 한국교육의 틀을 다지려는 계획도 이같은 총체적 부패근절에서부터 시작돼야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교육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설희권기자>설희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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