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요즘이 수난의 계절이다. 「법인 미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다국적 기업의 회장들이 최근 경영부실의 책임을 지고 줄줄이 불명예 제대를 하고 있다. ◆로버트 스템플 GM 회장이 물러난 것은 몇개월이 되고 그뒤를 이어 지난 2주사이에 존 에이커스 IBM 회장,폴 레고 웨스팅하우스사 회장,제임스 로빈슨 아메리칸 엑스프레스사 회장 등 재계 거물들이 밀려났다. 당해 기업들이 미국의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최고의 기업일뿐만 아니라 회장들 또한 우상적인 존재들이었다는데서 놀랍다. ◆고전하고 있는 대기업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전통있는 대형 체인점인 시어즈 로박,세계최대의 항공기 및 헬리콥터 엔진 제작회사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사와 그 자회사인 프래트 앤드 휘트니사,항공사인 TWA,콘티넨탈,아메리칸,유나이티드,노스웨스트사 등등 줄을 잇고 있다. ◆GM도 그렇지만 IBM사는 미국식 경영의 우수성을 대표하는 미국의 긍지이기도 했다. 이런 IBM이 지난해 49억7천만달러(약 3조9천7백60원 상당) 결손을 냈다. 미국 법인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재작년에도 14억6천만달러 적자를 봤었다. 대형컴퓨터에 집중 투자한 에어커스 회장의 경영전략이 차질을 빚은 것이다. 소·중형 컴퓨터의 발달로 대형컴퓨터의 붐이 일지않은 탓이다. IBM은 경영합리화 대책으로 연말까지 약 6만8천명을 감원,임직원을 모두 30만1천5백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GM과 IBM 등의 경영부실과 이에 따른 최고경영진 개편 및 살을 깎는듯한 경영개선책은 미국기업들의 적자생존의 경쟁원리를 증언해주는 것이다. 미국기업 풍토에서는 불황에서의 성역이 없다. 이에 비한다면 한국재벌 그룹들의 경영은 어떠한가. 「황제」와 비유되는 권위주의적인 우리 재벌총수들의 경영체제가 선진국들의 유연한 경영체제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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