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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현안 핵문제 진전 못봐/쿠나제 러 외무차관 방북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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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현안 핵문제 진전 못봐/쿠나제 러 외무차관 방북 결산

입력
199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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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무역엔 「상업관계」 합의/양국 정­경분리 실리단계로러시아와 북한은 핵문제에는 이견을 노출시켰지만 지난 61년 체결된 조소 우호협력조약의 개정문제에는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9일 평양을 방문한 게오르기 쿠나제 러시아 외무차관은 1일 귀국하기 앞서 이타르 타스통신과 회견을 갖고 『러시아는 북한 지도부에 핵무기 비확산 조약을 준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와 관심을 표명했다.

러시아는 쿠나제 차관을 통해 특히 북한과 IAEA와의 마찰은 북한의 국내문제가 아니라 모든 유엔 회원국이 당연히 준수해야 할 의무로서 이를 어길 때 국제적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북한측에 전달했다.

러시아는 또 최근 중단된 남북한간 핵사찰 협상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쿠나제 차관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북한측 입장은 다소 다루기가 거북했으며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웠다』고 말해 북한측이 강경한 태도를 변화시키지 않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암시했다.

북한은 남북한 상호 핵사찰 문제를 자신들이 과거 즐겨 이용해왔던 한미 팀스피리트훈련과 연계시켜 국제적 비판을 모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러시아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관련,주러시아 북한 대사 손성필은 지난달 29일 이타르 타스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팀스피리트훈련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IAEA 핵사찰을 거부할 수 있다』고 강경입장을 천명한바 있다.

러시아 언론은 북한이 러시아의 핵문제 거론을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당분간 북한은 핵문제에 양보의사가 없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쿠나제 차관은 이번 방문에서 화학무기금지협정 문제도 거론했는데 북한은 이 협정이 국가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생각하겠다고 밝혀 매우 거북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가 핵과 화학무기 문제를 거론한 자체가 이미 과거의 「우방」으로서의 태도를 버린 것으로 판단한듯이 보인다.

그러나 현안으로 떠오른 「조소 우호협력조약」 개정에는 신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쿠나제 차관은 『양국은 새로운 질적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시키자는 상호 희망을 피력했다』고 밝혀 북한과 지난 61년 체결된 전쟁시 자동 개입할 수 있다는 군사협력조항이 개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일본 공동통신은 쿠나제와 김영남이 1일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현실에 맞도록」 고치기로 합의했다고 모스크바발로 보도했다.

북한으로서는 현 국제정세로 볼때 러시아가 자국에 군사지원이나 개입을 안할 것이 분명한 만큼 러시아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외채문제 등에서 실리를 찾자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쿠나제 차관은 이와관련,북한이 구 소련에 진 부채문제를 거론했다면서 양국간 무역도 완전한 상업적 이익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해 양국이 경제분야의 협력 가능성에 모종의 합의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러시아의 핵문제 거론이 못마땅하지만 연료난 등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했고 할 수 없이 「유화적 제스처」를 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쿠나제 차관과 김영남 외교부장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회담했다고 보도한 것을 볼 때도 이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러시아가 대북 압력을 가중시켜 북한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게 됐다는 점이 주목할 사실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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