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핵등 4개 주요분야 신설/대내외 정책결정 입김 커질듯미 국방부 개편작업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애스핀 구상」이라 이름해도 좋을 이 작업은 탈냉전시대 최초의 미 국방장관이 전력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야심작이란 측면에서 뿐 아니라 세계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향후 대외관계에서 취할 행보의 단초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레스 애스핀 미 국방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펜타곤 개편작업의 요체는 「가장 뛰어나고 탁월한 90년대 집단」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애스핀은 현재 국방장관에게 직접보고를 하고 있는 28명의 직속관리수를 8명으로 대폭 줄일 방침이다. 즉 국방부의 일상업무 운영은 4명의 고위관리에게 맡기되 주요분야별로 4명의 장관직속 참모를 따로 두어 이들에게 책임을 맡긴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무기구입 ▲인사 및 작전 ▲회계 ▲정책 등 4개 부문으로 국방부의 일상업무를 나누고 민주 및 인권신장,핵확산 방지,경제 및 환경,전략 및 자원 등을 주요 4개 분야로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신설되는 민주 및 인권신장 분야는 외국에 대한 군사지원,외국군 훈련,군에 의한 평화유지와 인도주의 활동 등을 담당하게 된다. 핵확산방지 분야는 무기통제 대량 살상무기의 전파억제,구 소련의 핵무기 철폐 등을,경제 및 환경분야는 군수산업의 민간이전,군수산업 종사자 재훈련 등을 책임지게 된다. 또 전략 및 자원분야는 국방예산 삭감에 따른 병력체제 재정비와 예산체계 수립,국방백서 발간 임무 등을 맡게 된다. 이들 분야의 책임자는 모두 차관보급 대우를 받게 된다.
애스핀의 펜타곤 개편작업은 명목상 『국방부 자체 운영을 합리화하고 냉전 종식이후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내외 정책결정 과정에서 국방부의 입김을 강하게 하려는 것이 숨겨진 목적이라는 인상이 짙다. 실제로 워싱턴 정가 일각에서는 애스핀 구상이 국무부에 맞서 대외정책에서 국방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군병력을 줄이려는 마당에 정책담당 분야의 고위관리직을 늘리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이며 국방부의 고유 영역을 벗어난 월권행위를 함으로써 국무부와의 파워게임을 벌이려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아랑곳없이 애스핀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등에 업고 자신의 구상을 관철시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 85년 불과 47세의 나이로 기라성같은 선배를 제치고 막강 미 하원 군사위원장 자리를 실력과 수완으로 거머쥔 애스핀이고 보면 그의 다짐은 마냥 호언만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아무튼 그의 복안대로 펜타곤 개편작업이 완성되면 애스핀은 역대 어느 국방장관보다 강력한 권한을 휘두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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