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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심정이야 이해합니다만/「과보호」 동행 많다/대입예비소집…군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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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심정이야 이해합니다만/「과보호」 동행 많다/대입예비소집…군입영

입력
1993.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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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까지 함께서며 자식돌봐/친척·친구도 따라와 교통혼잡 일쑤꼭 이렇게 해야만 되나. 국민학교 취학때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갔던 부모가 장성한 자녀의 대학입시나 군입영지에까지 따라가 「과잉보호」를 하고 있다.

부모들만이 아니다. 친구와 애인은 물론 친척까지 따라와 대학주변 도로와 군부대 일대의 교통이 막힌다.

자식사랑 때문이겠지만 대입시 예비소집날까지 성인이 된 자녀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과보호를 넘어 인격무시가 아닌가.

93학년도 후기대입시 예비소집일인 지난날 28일 하오 2시,서울S대에는 지원자 3천44명중 3분의 1 이상이 부모나 친척·친구들과 동행했다. 예비소집 장소인 종합운동장은 교문에서 5백m 거리가 안되는데도 일부 학부모는 자녀를 승용차에 태운채 운동장입구까지 데려갔다.

아들(19)이 사회학과에 지원한 신모씨(48·상업)부부는 『아들이 이쪽 지리를 몰라 길을 잃을까 걱정돼 차를 몰고 왔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수험생들이 주의사항을 듣는 동안 자녀와 함께 수험생줄에 끼여 서있기까지 했다.

이날 K대 H대 M대 등에서도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를 승용차에 태워오는 바람에 일대교통이 1시간 이상 극심하게 밀렸다. M대 화학공학과를 지원한 3수생 아들과 함께 온 조모씨(49·여)는 『외아들이라 입시때마다 따라나선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 하오 1시면 장정들이 입영하는 경기 의정부시 모부대 앞. 지난달 26일에도 이 부대에는 2천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고 시내 중심가에서 부대까지의 2㎞구간엔 아침부터 계속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부대안의 주차장도 입영자와 가족들이 타고 온 승용차로 꽉차 안내를 맡은 사병들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둘째 아들을 전송하러온 박모씨(51·여)는 『다른 부모들도 다오는데 나만 빠질 수 없잖느냐』고 말했다. 전북 정주에서 온 최모군(20)의 경우 부모와 누나,외삼촌에 친구 3명까지 모두 8명이 전날 열차편으로 도착,의정부의 여관에 1박했다.

입영자 대기장소에 모여있는 동안엔 비상금이라며 20만원을 주는 어머니와 『부대에서는 큰 돈이 필요없다』는 아들의 실랑이가 눈에 띄었다.

앞으로의 일정과 군 생활을 소개하는 부대장 연설이 끝나고 입영자집합 명령이 떨어지자 시종 아들의 손을 잡고 있던 한 어머니는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은 금세 전염돼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남(22)을 따라온 한 어머니는 『객지생활을 한번도 하지 않은 아이인데…』라며 걱정이 태산같았다.

입영자들이 건물안으로 사라지고 한참이 지난 뒤에도 가족들은 다시한번 보게 해달라고 간청하거나 『어느 부대로 가느냐』 『첫 휴가는 언제냐』고 사병들을 붙잡고 안타깝게 묻곤 했다.

이 부대의 한 장교는 『애틋한 부모의 심정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전송객이 너무 많이 몰린다』며 『간소한 전송을 당부하고 있으나 아무 효과가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병무청이 입영자들의 불편을 고려,86년부터 각 부대의 입영시각을 새벽에서 하오 1시로 늦춘 뒤부터 전송객은 더 많아지고 있다.

혼자 입영장에 온 김모군(23)은 『부모가 오시겠다는 것을 억지로 말렸다』며 『부대까지 여행하는 동안 방해받지 않고 여러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장현규·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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