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후에 사진 바꾸려고 했다”/대학 관계자와도 결탁 가능성30일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된 후기대 대리시험 사건은 현직 고교 교감 등 교사들이 브로커 노릇을 하며 자녀의 대학진학 때문에 몸이 달아있는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받고 명문대생들을 「시험꾼」으로 고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세태속에서 교사들까지 브로커로 전락,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심리를 범죄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우리나라 교육의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이같은 유형의 대리시험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학입시의 철저한 관리가 절실하다.
교육부는 이날 각 대학은 신입생 학적부를 작성할 때 실제 학생과 사진대조를 절처히 해 부정입학생을 가려내라고 긴급 지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물의를 빚은 사립학교에 정확한 진상을 보고토록 지시하는 한편,이들이 기소되는대로 소속 재단측이 직위해제하도록 했다.
주범인 K고 국어교사 신훈식씨(33)와 대리시험 응시자 모집책 김세은씨(37)는 오피스텔을 아지트로 집안이 어려운 지방출신 명문대생들을 대리응시자로 골랐다.
신씨는 경찰에서 『입학원서를 바꿔친뒤 대리시험으로 합격하면 3∼4월쯤 대학관계자와 만나 원래 학생 것으로 바꿔놓을 생각이었으며 대리시험은 3건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모집책 김씨가 『신씨가 일을 시작할 때부터 대학 관계자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고 한 점으로 미뤄 신씨의 이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압수한 서울시내 신흥명문 8개 고교의 학교장 직인중 실제 사용한 것은 K·S고 등 2개뿐으로 드러나 나머지 위조직인 사용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김씨가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대리시험 응시자명단에는 명문대 재학생·합격자 40여명의 명단이 전화번호와 함께 적혀있어 이들을 불러 대리시험 여부를 추궁할 경우 범죄사실은 더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김정인씨(50·여·서초구 방배동 경남아파트)를 통해 대입 수험생 학부모 이명희(53·여·서초구 반포4동 현대빌라) 민병옥씨(46·서초구 서초동 삼호아파트)를 소개받아 신씨와 연결시켜준 김원동씨(39·K고 수학교사)가 86년 1월부터 똑같은 시기에 대일외국어고 대일고 등에 재직했던 사실을 밝혀낸 점이다.
모집책 김씨가 지닌 메모에는 「후기 10명→3∼4명,전문대 5명→8∼9명」이라고 적혀있는 점으로 보아 후기대 입시뿐 아니라 전문대 입시에도 대리시험을 기도하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모집책 김씨 메모에 한양대 서울캠퍼스·안산캠퍼스,구의동 건국대,수유동 덕성여대가 집중 거론된 점 ▲대리응시 희망자에게 『아무문제 없다』고 말한 점 등을 들어 대학 관계자들과의 결탁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신·김 두 교사와 대일외국어고 재직시 알게돼 사건에 개입한 홍정남씨(46·J여상 교감)는 『한양대 안산캠퍼스에 자리가 하나 있다』는 신씨의 연락을 받고 평소 친분이 있는 전 강동고 이사 이연택씨(57)에게 부탁,이영순씨(52·여·강남구 신사동)를 소개해 주었다.
한편 자녀들의 대리시험을 부탁한 학부모 3명은 모두 강남에 거주하는 국영기관 임직원,기업체 대표 부인들이어서 사회 상류층의 윤리의식 상실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S기업 대표 부인인 민병옥씨와 활어도매상인 이명희씨는 이씨와 친분이 두터운 김정인씨에게 부탁해 김씨 아들의 고교 담임이었던 김원동씨에게 각각 1억5천만원과 3천만원을 대리시험 대가로 건네줬다. 모공단 부장 부인인 이영순씨도 K고 육성회장 재임시 알게 됐던 이연택씨를 통해 3천만원을 줬다.
이들은 경찰에서 돈을 주고 가난한 대학생의 머리를 산 행위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정당화시키기도 했다. 고려대 정우현교수(60·교육학)는 『이번 사건은 입시위주의 파행적 교육과 윤리의식마저 내팽개친 과잉 교육열이 빚어낸 것』이라며 『대학간판을 사회진출의 발판으로만 인식하고 정작 본질적인 교육행위는 외면하는 교육관의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황상진기자>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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