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위상등 걸려 뜨거운 쟁점/민주신민계 “양보불가” 배수진○…민주당의 3월 전당대회를 겨냥한 각축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으나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방식이라는 「게임의 룰」 결정은 계속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마치 선거법이 채 확정되기도 전에 후보들이 출마선언을 하고 선거운동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이미 한달여전부터 선출방식을 계속 절충하고 있으나 대표를 별도로 먼저 뽑고 최고위원을 선출하자는 「선대표」 방식과 최고위원을 먼저 확정하고 그 중에서 대표를 가려내야 한다는 「선최고」방식이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같은 「선대표선최고」의 대립은 단순한 선출방식 논쟁이라기 보다는 집단지도체제의 성격과 대표권한의 범위라는 첨예한 문제를 배경에 깔고 있어 갈수록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즉 「선대표」의 경우 대표와 최고위원선거를 시차상 혹은 방법상 완전히 분리시켜 버림으로써 대표의 위상을 최고위원과 차별화시켜 실질적인 「단일대표 집단지도체제」를 이루자는 것이다. 반면 「선최고」방식은 선출된 최고위원들 중에서 당의 간판으로 대표를 다시 뽑음으로써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위상을 비슷하게 하자는 사실상의 「순수 집단지도체제」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차이는 대표가 행사할 권한의 범위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선대표」쪽은 사실상 총재의 권한에 버금가는 권한을 대표가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선최고」쪽은 대표는 최고위원들 중 한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김대중 전 대표의 정계은퇴에 따른 지도력 공백을 이기택대표체제로 메워 보겠다는 민주계의 의도와 이를 최대한 견제해 보겠다는 신민계의 계산이 맞붙어 있는 것이다.
○…「선대표」를 고수하고 있는 쪽은 이기택대표와 김정길 최고위원 등으로 이 대표가 당의 대표가 될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대표의 위상이 한껏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측은 강해질 여권에 대항할 제1야당의 지도체제가 「순수집단」 형태로는 곤란하며 당연히 대표의 상대적 우월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야권통합 이후 제정된 현재의 당헌이 『최고위원회는 2인의 대표최고위원과 8인의 최고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돼있는 점을 들어 대표와 최고위원간의 「거리」를 분명히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선최고」방식에 대해 순수집단체제가 갖게될 당운영상의 취약점을 거론하며 『굳이 「선최고」 방식을 채택 하려면 최고위원수를 현재의 9명서 4∼5명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의 최고위원 중 어느 누구도 자신들 중 상당수가 탈락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선최고」쪽은 조세형 박영숙 이부영 최고위원 등으로 「김대중 이후」 당의 리더십이 공백상태에 있는 지금 민주당내의 각계파를 한개의 틀로 엮어내기 위해서는 순수집단지도체제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조·이 최고위원 등은 『현재의 당헌은 야권통합 당시 신민계와 민주계가 결합하기 위한 과도조치로 공동대표를 둔 것』이라며 『김 전 대표가 은퇴한 마당에 「편의적 당헌」을 고집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지금처럼 당내 각계파 간의 독립성이 뚜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대표에게 실권이 집중될 경우 당의 균열상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최고」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9명의 최고위원을 먼저 선출한뒤 득표순으로 선두 2∼3명을 상대로 다시 대표선출을 하자는 것이며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 대표와 8명의 최고위원 중에는 「선최고」 지지가 다수이다.
조·박·이 최고위원 외에 정대철·김원기최고위원이 「선최고」쪽으로 기울어져있다. 김상현최고위원과 김영배최고위원은 일단 「아무래도 좋다」는 중간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선최고」쪽에서는 이들이 자신들에게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쪽에서는 「선대표」 관철을 위해 각 최고위원들에 대한 개별적 물밑설득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선최고」쪽에서는 공공연하게 다수결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이 문제는 이 대표측과 신민계 사이에 전당대회 기선제압을 위한 전초전 양상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이 대표측은 『「선최고」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최고위원 불출마까지를 고려하겠다』고 말하는 등 단단한 배수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선최고」를 고수하는 신민계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표결을 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초고위원회의는 소집만될 뿐 결론이 없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날짜를 3월11일로 잡아 놓았기 때문에 선거운동기간이 한달임을 감안하면 늦어도 2월11일까지는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상 쉽사리 결론이 날 것 같지 않다는게 당 내의 중론이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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