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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타락,눈앞이 캄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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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타락,눈앞이 캄캄(사설)

입력
1993.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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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가 너무 혼탁하다. 양식과 도덕은 쓰레기통에 내팽개친듯,만사를 돈으로 깔아가려고 악착스럽게 덤벼든다. 이번엔 탈없이 넘어가는가 했더니 입시부정이 또 터져 나왔다. 그 성격과 조직성이 지능적이고 간특하다. 고등학교 교감을 비롯,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세칭 일류대 재학생과 전기대 합격생까지 동원되어 3위일체로 부정을 저질렀다. 개인과 사회윤리의 마비와 교육의 타락상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나 그 충격이 더 크다.이번 입시부정의 특징은 범행의 조직과 중심이 현직 교사들이라는 사실이다. 외부로부터의 충동과 유혹이 없음에도 그들 스스로가 허위광고를 내고 대리시험을 치를 적격자를 물색했다. 여기에 교감이 소개비를 받고 응시대상자를 알선했고 교사는 최고 1억5천만원의 사례비를 받고 대리시험을 주선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주범인 한 교사는 유흥비로 거액을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었다고 한다. 방종과 방탕도 두려운데 하물며 한탕주의적 해결까지 음모한 것이니 양의 탈을 쓴 늑대의 교직자상을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절대다수인 선량한 교사들의 좌절과 낙담한 모습을 그려보면 더욱 그러하다. 교직사회 전반에 미칠 분노와 경악과 영향을 고려하면 눈앞이 캄캄할 따름이다. 어쩌다가 이토록 추악하게 되었는가.

입시부정은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맹목적 애정과 기대가 흔히 불씨가 된다. 실력이 없으면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돈으로 대학에 밀어 넣고 또 넣어야 하겠다는 엄청난 착각과 비뚤어진 관념이 이런 사건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재수·삼수로 시달리는 자식을 위해서 무슨 일인들 못하겠느냐는 사고부터가 반윤리·반사회적임을 망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 못가면 낙오자가 되는 현실에서 윤리와 사회성 따위를 따지겠느냐는 항변은 곧 자식과 우리 교육을 공멸하게 하는 처사임을 깨달았어야 했다.

젊은이를 보면 그 사회의 장래를 읽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대리응시를 한 젊은 얼굴에서 우리는 밝은 미래보다 암담한 현실을 읽어야 하는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의감이 없는 젊음은 이미 젊은이가 아니다. 황금만능주의 세태에 결코 굴복하지 않음이 젊은이의 기상이요 사명이 아닌가. 그것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우리 사회와 교육은 확실히 병이 들어도 큰 병이 들었다. 입시와 제도를 탓하고 있기엔 이젠 진저리가 날 정도이고 위험수위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이 분명하다. 이대로 밀려 가다가는 어디로 표류할지 모를 위기에 봉착한다. 지금 우리는 이러한 위기의식조차 희미하다.

입시부정의 전모는 더 뚜렷하게 밝혀내야 한다. 개탄과 울분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라 사회와 교육이 함께 혼탁의 근원을 밝혀내고 살아남을 처방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시시한 미봉책으로 교육의 혼탁을 제거하지 못한다. 교육의 현실이 매우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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