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추가땐 국제적 영향력 약화/EC내부 독 발언권 강화 견제도미국의 클린턴 새 정부가 제기한 유엔 안보리 개편론을 영국,프랑스 등 유럽의 기존 상임이사국들이 반대하고 있다.
영·불은 2차대전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의 정치경제 현실을 반영해 독일과 일본이 상임이사국에 추가될 경우 자신들의 「과대포장」된 강대국지위가 손상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영·불측은 미국의 이같은 입장이 유럽공동체(EC)가 통합됨에 따라 공동외교정책을 수행함으로써 강력한 발언권을 확보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안보리 구성을 시대상황에 맞게 재편하자는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의 발언이 나온 직후 존 메이저 영국 총리는 안보리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어떤 변화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더글러스 허드 외무장관도 27일 『안보리 개편에는 유엔헌장 개정과 회원국들의 폭넓은 합의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독·일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영국이 독·일의 상임이사국 지위부여를 반대하는 표면적 이유는 상임이사국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의사결정 효율성이 떨어지고 유엔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 그러나 이면에는 2차대전후 국력이 현저하게 위축된 영국이 상임이사국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과 미국과의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행사했던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독일을 상임이사국에 포함시키는게 달갑지는 않은 입장이다. 2차대전이 끝난뒤 프랑스는 최대의 적국이었던 독일과 협력관계를 다지며 유럽통합작업을 추진해 강대해지는 독일을 유럽의 울타리 안에 가둬두려 노력해왔다. 경제력이 처지는 프랑스가 독일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상임이사국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이 상임이사국이 돼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프랑스에는 경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영·불과는 다른 입장이지만 EC내 다른 국가들도 독일과 일본을 추가하는 식의 개편안에는 의견을 달리한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베네룩스 3국 등은 유럽내 3대강국이 상임이사국 자리를 독차지하기 보다 EC의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자신들도 한몫 차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EC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95년까지 공동외교정책에 관한 논의를 마무리짓기로 되어 있어 유럽통합은 안보리 개편과도 맞물려 있는 상태다. 이런 사정때문에 미국이 독일과 일본을 상임이사국에 포함시키려는 것은 「하나의 유럽」이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미국과 대등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언론들도 이들 국가의 상임이사국 지위부여에 대체로 반대입장이다. 보수지들은 물론 진보적 성향의 가디언과 인디펜던트도 안보리 개편안이 「순진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며 유럽과 아시아 다른 국가들로부터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디펜던트지는 현재의 안보리구성이 시대상황에 맞는 것은 아니지만 유엔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현실적인 최선책이라고 지적했다. 세계평화를 파괴했던 일본과 독일은 돈으로 유엔을 지원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무력으로 평화를 지켜나가는 현재의 역할분담 체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런던=원인성특파원>런던=원인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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