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일 보복땐 경제질서 “파국”클린턴 미 행정부의 공세적 무역정책에 대한 국제경제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미 상무부의 철강제덤핑 예비판정에 이어 수입자동차의 징계관세 부과 움직임 등 클린턴 정부의 파상적 무역공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은 물론,EC 각국도 정면으로 대항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28일 미국의 수입철강제 덤핑예비판정에서 전례없는 고율의 덤핑률을 부과당한 EC와 일본,한국 등은 클린턴 정부의 보호무역 움직임에 심상치 않은 조짐을 감지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산업 보호와 경제회복을 내세워 어떤 조치라도 취할 수 있다는 고강도 통상정책으로 기존 세계무역질서가 급격하게 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덤핑예비판정은 철강업계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 전반분야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쳐 향후 국제무역환경의 경색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미국의 철강제 덤핑예비판정을 세가지 측면에서 우려하고 있다. 첫째 미국의 이번 조치가 미국 경제가 꾸준한 회복세를 나타내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미 경제는 지난해 4·4분기 동안 크리스마스 호경기에 힘입어 4년만에 가장 높은 3.8%의 경제성장을 보였다.
이는 3·4분기보다 0.4%가 늘어난 수치이다. 더불어 국민소비지출은 4.3%,기업설비 투자는 9.7%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건설분야는 최근 9년동안 최고치인 29.1%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처럼 미국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덤핑예비판정을 내린데 대해 이는 클린턴 정부가 강성 통상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두번째는 「미국 국익우선」을 표방한 론 브라운 상무장관과 미키 캔더 무역대표부 대표(USTR)가 보호무역주의 쪽으로 경도돼 있다는 점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시점인데도 브라운 상무장관은 『외국의 불공정무역에서 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캔터 대표도 『지금 미국은 이것,저것 가릴 입장이 아니다』라며 미국에 대한 불공정무역 대상국에는 보복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28일 미 정부가 미국내에 있는 외국기업들에 대한 증세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의 한 맥락이다.
이와함께 클린턴 정권 출범과 동시에 미 업계의 수입규제 로비와 압력도 더욱 가중되고 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크라이슬러 등 3대 자동차 회사들은 수입한도를 낮추는 한편 EC처럼 시장점유율 한계설정을 요구하며 미니밴 등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반도체,전자업계도 업체끼리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대정부 로비를 강화하고 수입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초장부터 클린턴 행정부를 옭아매 자국시장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미 업계의 이기주의적 속성이 다분히 내포돼 있다.
따라서 미국을 최대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일본과 EC,한국 등 아시아경제권은 철강제품 덤핑예비 판정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를 뜻하는 사전포석으로 해석,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 EC의 중추국가들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피에르 베르고부아 프랑스 총리는 역보복조치로 맞대응하겠다고 선언했고 그간 미국의 입장을 두둔해온 영국도 『미국은 추악한 무역탄압을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철강협회는 『EC집행위에 대해 GATT(무역 및 관세에 관한 일반협정) 제소 등 모든 법적·정치적 대응조치를 추진하겠다』면서 GATT의 무역회담에의 불참의사도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 대미통상에서 4백50억이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한 일본정부도 쌀시장 개방과 반도체교역 등 계속되는 싸움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의 잇단 보호무역 공세에 그냥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측의 성실한 무역현안 해결노력 없이는 미일 양국의 정상회담도 불가하다』는 등 미국측 공세가 워낙 드세 일본의 향후 대응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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