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견제 수위넘어 갈등·알력단체까지/금리인하 싸고 골깊어져… “예삿일 아니다”요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사이의 관계가 심상찮다.
과천 경제부처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두 부처의 정책 시각 차이가 정상적인 상호견제의 수위를 훨씬 넘어 갈등과 알력 단계로 까지 확대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경제 현실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서로 미묘한 접근차이를 보이는 데다 정권교체기 정부기구 개편을 둘러싼 입장마저 달라 감정의 앙금이 차츰 굳어지는 것 같다』고 걱정이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회복이 갈수록 지연되는 어려움 속에서 경제정책 운용의 축인 두 부처가 서로 힘을 모으지 못하는 모습은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부처의 의견 차이가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해 11월 이용만 재무장관이 공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부터라는게 정설.
당시 최각규부총리를 비롯한 기획원은 『금리인하보다 2단계 금리자유화 조치의 단행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순서』라며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었다.
실제로 대선운동 기간중이던 12월초 삼청동 회의실에서 열린 부총리 재무장관 조순 한은총재 이진설 청와대수석 등 4자 면담을 거쳐 재무부의 금리인하 주장은 일단 없었던 일로 잠정결론이 났었다.
그러자 지난 20일 열린 2차 삼청동 고위회의에서는 이 장관이 마침내 소신을 관철,공금리 인하를 이끌어 냈다. 이날 회의때는 당초1차 모임에 참석지 않았던 한봉수 상공장관이 자리를 같이 해 눈길을 끌었다. 실물경제와 업계 실정을 잘 파악한 한 상공장관이 금리인하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을 것은 물론이다. 반면 그동안 쟁점이 된 금리인하2단계 금리자유화 동시 실시냐 선금리인하냐 여부는 매듭지어지지 않았으나 대충 재무부 주장대로 물리적 동시실시는 어렵다는 쪽으로 굳어진 느낌.
금리인하 조치에 대한 시각도 두 부처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획원과 한은은 약속이나 한듯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지원하는 차원의 금융비용 절감조치이고 왜곡된 금리 및 금융구조 개편의 일환이란 주장이다. 반면 재무부는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부양조치 차원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차이는 향후 통화운용 방향과 관련,중요한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획원 측 주장대로라면 금리는 내리되 통화공급은 당초 계획대로 긴축기조를 강력히 유지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면 재무부 주장은 『도대체 금리를 내렸는데 통화공급이 안 늘어날 방법이 있느냐』는 현실론이 깔려있다.
○…금리인하 외에도 두 부처의 미묘한 갈등은 여러 곳에서 표출됐다. 지난해 12월말 청와대에서 열린 경쟁력 강화 보고대회때 『중소기업체 사장들의 잇단 자살이 왜 생기는가』라는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최 부총리는 금융비용 부담과중,이 장관은 인건비 상승으로 각각 엇갈린 대답을 했다는 후문. 금융정책은 재무부,임금안정은 기획원이 맡았으니 서로 핑계를 떠넘긴 셈이다.
올 경제운용계획중 통화정책 부문에는 중앙은행 또는 한은이란 단어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예년에는 대개 통화당국으로 표현됐던 데 비해 재무부 간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듯한 새 방식은 계획 수립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직접 지시한 변화라는 얘기다.
기획원은 금융산업 개편에 관한 재무부의 느닷없는 움직임에 회의의 눈길을 보내며 기획원 간부중 한 사람을 심의회 멤버로 밀어 넣었다.
대선이 끝나 경제부처 기구 개편소문이 파다해지는 가운데 지난 연말 재무부는 외국의 재무담당 부처의 기능을 일제히 조사,언론에 배포했다.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재무부 기능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광범위하니 외국 사례 분석의 의도에 대해 해체설이 나돌고 있는 기획원 입장에서 이를 곱게 봐 줄리 없을 것은 당연한 이치.
정부 관계자들은 『정책기조에 대한 시각차이에서 비롯돼 두 부처 장관의 뚜렷한 개성 차이까지 얽혀 최근 갈등이 더욱 깊어지면서 때마침 IMF보고서 해석 파문까지 벌어진 셈』이라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