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대선패배와 김대중 전 대표의 정계은퇴가 던진 충격과 허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장을 잃은 선박이 망망대해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28일 하오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토론회 「민주당의 진로에 대한 심포지엄」은 발제를 맡은 김호진교수(고려대)의 이같은 현상진단으로 시작됐다.
이기택대표를 비롯한 20여명의 의원들과 당직자 등 6백여명의 참석자들은 김 교수가 패인을 언급하기 시작하자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관선문화의 폐습이 여전한 한국적 불균형 게임에서 야당 핸디캡을 극복하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에는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또한 『사상논쟁에 휘말려 상처를 입었고 영호남지역 주의에 따른 투표성향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에도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책공약이 국민정서와 결합하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이나 『색깔론 시비와 정책전달 미흡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건간에 최종적인 책임은 민주당의 것』이라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참석자들은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분명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반론에 나선 장재식 정책위 의장은 『패배의 최대원인은 지역차별 구조이고 이 때문에 정책대결 위주의 선거가 불발했다는 점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정책대안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실패는 인정하나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은 민주당 공약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까지 우리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장 의장은 이어 『가장 큰 패인은 역시 지역차별 구조』라면서 『이를 지역감정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은 지역차별구조에서 이익을 보는 측과 피해를 보는 측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가로막는 양비론적인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얼핏 한바탕 설전이 벌어질 것도 같았으나 토론회장을 짓누른 무거운 분위기는 『민주당이 전국민적 이해를 대변하는 국민정당,정책대안을 분명히 내놓는 정책정당으로 새로 나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현재의 위기를 장래의 기회로 삼겠다고 계속해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이날의 정책토론회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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