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분규 말려들 위험/미·러 입장차… 제한폭격 가능성서방의 대유고 군사개입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이 지난 25일 유사시 자국 전투기들을 유고에 출격시킬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밝힌데 이어 프랑스는 26일 항공모함 클레망소를 비롯한 8척의 함대를 유고 아드리아해역으로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아직 무력개입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미 정부의 비밀보고서를 인용한 유고내 강제수용소에 관한 뉴욕 타임스지의 지난 24일자 보도후 군사개입 강행기류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급박함과 달리 과연 서방의 본격적인 군사개입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유고사태 해법에 관한 미국과 러시아간의 의견이 엇갈려 있다.
유고내전은 그동안 원인제공자인 세르비아가 국제사회의 지탄을 고스란히 받는 상황에서도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인종청소 등 세르비아측이 저지른 갖은 만행에도 불구하고 확전을 우려한 서방은 무력개입을 꺼려왔다.
유엔은 이미 지난해 8월 군사력 개입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군사력을 투입하면 내전에 말려들게 뻔하고 결국에는 「상황종료」까지 지속된 추가 병력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 상황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현재의 전면전 재발위기는 그동안 희생자군에 분류됐던 크로아티아가 내전종식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영내 세르비아계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개시함으로써 촉발됐다.
보스니아를 10개 자치주로 분할하는 것을 골자로한 제네바 평화회담안을 수락,전쟁마감에 동의했던 세르비아는 크로아티아의 공격이 계속되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전면전을 선포했다. 포성이 멎지 않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의 전투 역시 한층 가열되고 있다. 지금까지 내전개입을 자제해온 신 유고연방군도 보스니아서의 내전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세르비아의 침략에 맞서 명목상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크로아티아 민병대와 보스니아 회교도간에도 격렬한 「아군간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사태가 실타래처럼 엉키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내전의 양대 당사자인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모두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세르비아에 대해선 인도적 구호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이를 어기는 어떤 시도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크로아티아엔 즉각 이번 전투로 장악한 지역에서 철수할 것으로 요구했다.
양비론의 유엔결의안은 현재 서방이 처해있는 기묘한 입장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정통 슬라브족인 세르비아와 오랜 세월 굳은 결속관계를 맺어온 러시아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여론에 밀려 세르비아에 대한 제재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해왔지만 이번 만큼은 크로아티아에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쪽 시각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크로아티아의 공격은 그 자체로서는 잘못이지만 모든 사태의 근본원인이 세르비아에 있으므로 보다 혹독한 응징을 받아야 할 쪽은 세르비아라는 입장이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심지어 유엔의 무기금수조치로 합법적인 무장이 금지돼있는 보스니아의 회교도 세력을 무장시켜서라도 보스니아를 견제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러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유엔깃발을 앞세운 군사개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는게 중론이다.
현 유고사태의 양상은 근본적인 해결 제시가 불가능할 만큼 복잡다단하다. 크로아티아는 이번 작전으로 점령한 지역을 통제한다는 조건을 걸어 철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반면 세르비아는 무조건 철수요구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결국 현 단계에서 서방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제한적 무력개입이 될 공산이 크다. 이라크 사태에서처럼 세르비아내 목표물들에 대해서 선별적 공중폭격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러시아가 유엔안보리를 통해 제동을 걸고 나올 경우 사태해결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채 흐지부지될 개연성이 높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